서로 다른 브랜드의 로봇을 하나로 묶는 상호운용성 시연

사용자가 서로 다른 브랜드의 가전제품이나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때 기기마다 전용 앱을 따로 설치하고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은 산업용 로봇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파편화된 제어 방식은 자동화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며, 기업이 여러 제조사의 로봇을 도입할 때마다 새로운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준다. 미국의 기업용 로봇 조율 플랫폼 제공업체인 인오빗(InOrbit.AI)은 2026년 6월 22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오토메이트 2026'에서 세계 최초의 자율이동로봇(AMR, 스스로 경로를 찾아 이동하는 로봇) 상호운용성 공개 시연을 수행했다.

인오빗은 미국 첨단자동화협회(A3)와 협력하여 아티 로보틱스, 인오빗, 카처, 노이라 로보틱스, 오므론, 피어 로보틱스, 콰지 로보틱스, 유니트리 등 전 세계 8개 로봇 기업의 AMR을 실시간으로 조율하는 환경을 구현했다. 시연에 참여한 로봇들은 제조사마다 외형과 기능이 다를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통신 프로토콜(기기 간 데이터 교환을 위한 약속된 규칙)이 모두 달랐으나, 인오빗의 플랫폼을 통해 하나의 시스템 아래에서 충돌 없이 협업했다. 이는 특정 제조사의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브랜드의 로봇을 혼합 배치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다.

InOrbit Space Intelligence와 BES의 통합 조율 구조

인오빗은 기업들이 고립된 자동화 섬들을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운영으로 연결하기 위해 '인오빗 스페이스 인텔리전스(InOrbit Space Intelligence)'를 도입했다. 인오빗 스페이스 인텔리전스는 물리적 세계를 위한 통합형 AI 기반 조율 플랫폼으로, 기업의 상위 시스템과 서로 다른 벤더의 고유 로봇군 관리 시스템을 통합하여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로봇을 배치하고 실시간으로 행동을 조율한다. 이 플랫폼은 개별 벤더 시스템 상위에 위치하여 멀티 벤더 로봇군과 사물인터넷(IoT) 인프라 전반에 걸쳐 통합된 명령 및 제어를 제공한다.

실제 작동의 핵심은 인오빗 비즈니스 실행 시스템(BES, Business Execution System)이 담당한다. BES는 창고관리시스템(WMS), 전사자원관리(ERP), 생산실행시스템(MES) 등 기업 시스템에서 내려오는 주문을 최적화된 로봇 실행 명령으로 변환하는 중간 계층이다. BES는 이기종 로봇군 전반에 대해 실시간 공간 인지, 트래픽 관리, 작업 충돌 방지 기능을 제공하여 비즈니스 의도와 물리적 실행 사이의 격차를 좁힌다. 이를 통해 운영자는 개별 로봇의 사양에 맞춘 복잡한 설정을 반복하지 않고 통합된 제어 체계 내에서 전체 로봇군을 관리할 수 있다.

중앙 집중식을 넘어선 연합 조율 아키텍처와 ISO 표준

인오빗은 여러 로봇군 관리자와 로봇이 공존하며 서로 조율하는 '연합 조율 아키텍처'를 통해 기존 중앙 집중식 제어 모델의 한계를 해결했다. 중앙 집중식 모델은 하나의 컨트롤러가 모든 로봇의 상태를 파악하고 명령하는 구조로, 단일 벤더 로봇 운용에는 효율적이지만 서로 다른 브랜드의 로봇을 혼합 배치할 때 통신 프로토콜 호환성 문제로 인해 특정 로봇이 시스템에서 고립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반면 연합 조율 아키텍처는 각 제조사가 보유한 로봇군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상위 계층에서 통신을 중재하고 전체 작업 흐름만 조율하여 제조사별 고유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상호운용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연합 조율 방식은 차기 국제 표준인 ISO/DIS 21423의 실질적인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ISO 21423은 서로 다른 벤더의 로봇, 로봇군 관리자, 기업 시스템이 상호 운용될 수 있도록 공통 통신 프레임워크(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약속된 형식)를 정의하는 표준이다. 인오빗의 CEO 플로리안 페스토니가 참여한 ISO 워킹 그룹을 통해 개발 중인 이 표준은 현재 투표 기간을 거치고 있으며 올해 말 공표될 예정이다. 표준이 확정되면 기업은 특정 로봇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의 로봇을 선택해 배치할 수 있는 기술적 근거를 갖게 된다.

에이전틱 AI 코파일럿과 조망 지능 기반의 안전 솔루션

인오빗은 운영 팀이 음성 명령을 포함한 자연어로 로봇 운영을 엔드투엔드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이전틱 AI(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실행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는 AI) 오버레이인 '인오빗 롭옵스 코파일럿(InOrbit RobOps Copilot)'을 선보였다. 작업자는 여러 벤더의 대시보드를 개별적으로 탐색하는 대신, 자신의 의도를 자연어로 말함으로써 로봇의 행동을 정의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며 성능 분석 및 보고서 생성까지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로봇 운영의 중심을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라는 기술적 사양에서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가'라는 비즈니스 의도로 전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물리적 안전을 위해 인오빗은 이노텍 세이프가드(InnoTech SafeGuard) 및 엔비디아 헤일로스(NVIDIA Halos)와 같은 글로벌 인증 기능 안전 솔루션을 통합했다. 이 솔루션들은 조망 지능(Outside-in Intelligence, 외부 관찰 시점에서 내부 공간을 인지하는 기술)을 활용해 로봇 본체 센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실시간 공간 인지 능력을 향상시킨다. 하드웨어 인프라로는 엣지 추론을 위한 '엔비디아 토르'와 비주얼 AI 에이전트용 '엔비디아 메트로폴리스'를 활용하여 실시간 조율의 정밀도를 확보하고 외부 데이터 흐름을 통해 로봇 간 충돌 가능성을 정밀하게 차단한다.

자동화의 역설을 해결하는 통합 비용과 확장성 판단 기준

인오빗 CEO 플로리안 페스토니는 로봇 배포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 복잡성이 증가해 오히려 운영 민첩성이 떨어지는 '자동화의 역설(Automation Paradox)'을 지적했다. 현장의 병목 현상은 서로 호환되지 않는 통신 프로토콜, 고립된 데이터, 그리고 이를 통합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에서 발생하며, 이는 자동화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ROI)을 저해하고 규모 확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특히 벤더마다 다른 API를 개별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막대한 엔지니어링 리소스를 소모하며 전체 공정의 가시성을 떨어뜨린다.

인오빗은 공통 통신 프레임워크 기반의 조율 플랫폼을 통해 특정 제조사의 인터페이스에 종속되지 않는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로봇 도입 비용 구조를 개선했다. 새로운 브랜드의 로봇을 추가할 때마다 발생하는 운영자 교육 비용과 개별 벤더 시스템 통합에 드는 엔지니어링 공수를 줄여 확장 가능성을 높였다. 이기종 로봇 도입을 검토하는 실무자는 단일 브랜드의 성능 수치보다 여러 브랜드의 로봇을 혼합 배치했을 때 발생하는 통합 비용과 데이터 연동 범위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벤더 록인(Lock-in, 특정 업체 제품에 종속되는 현상) 위험을 방지하고 현장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경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