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 명이 집결한 2026 실리콘밸리 피지컬 AI 수퍼커넥트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화면 속 텍스트를 넘어 실제 몸체를 가진 로봇으로 구현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피지컬 AI 기업 41개사가 실리콘밸리에 집결해 글로벌 기업들과 300건의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하며 시장 진출 경로를 확인했다. 2026년 6월 24일 컴퓨터 히스토리 뮤지엄과 25일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에서 개최된 '2026 실리콘밸리 피지컬 AI 수퍼커넥트'는 국내 초격차 로보틱스 기업들이 북미 시장의 핵심 인프라와 연결되는 계기가 됐다.

이번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범부처 협력으로 마련하고 KOTRA가 주관했다. 실무 운영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DIPS) 로보틱스·첨단제조 분야 주관기관인 KAIST GCC(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와 미래모빌리티 분야 주관기관인 KETI(한국전자기술연구원)가 협력해 수행했다. 행사에는 국내 기업 41개사와 미국 현지 기업 및 투자기관 150여 개사를 포함해 총 400여 명의 관계자가 참가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피지컬 AI 생태계를 논의했다.

논의의 중심인 피지컬 AI(물리적 하드웨어와 AI가 결합된 지능형 시스템) 분야는 산업 및 서비스 로봇, 로봇 부품, 드론과 모빌리티, AI 인프라 및 반도체, AI 팩토리 등 전 영역을 다뤘다. 참가 기업들은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수출 경로 확보, 투자 유치, 핵심 인재 확보, 기술사업화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위한 현지 수요를 확인했다.

청각센서부터 전계 센싱까지, 피지컬 AI 구현 기술

로봇의 인지 능력을 시각 외의 채널로 확장하는 기술들이 제시됐다. 유에스엔케이는 비전센서가 빛이 없는 환경이나 장애물에 가려진 사각지대에서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Robot-Ears'라는 로봇 청각센서 기술을 제안했다. 소리의 발생 지점과 파형을 분석해 시각 정보 없이도 주변 상황을 인지하게 돕는 이 기술은 산호세주립대학교를 비롯한 다수의 로봇 기업으로부터 PoC(Proof of Concept, 기술 실증) 추진과 샘플 제공 요청을 받았다.

카메라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물체를 감지하는 방식도 공개됐다. 소프티오닉스는 전계(Electric field, 전기장) 기반의 Vision-free Sensing 기술과 로봇용 근접센서를 선보였다. 전하를 띤 입자 주변의 전기적 힘 변화를 측정하는 이 방식은 렌즈를 통한 시야 확보가 필요 없어 장애물 뒤의 물체나 매우 가까운 거리의 대상물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소프티오닉스는 미국 현지 엔지니어들과 이 기술의 구체적인 활용 가능성과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인간의 신체 능력을 확장하는 하드웨어 사례도 확인됐다. 에프알티로보틱스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가 장시간 착용해도 무리가 없도록 경량성과 현장 적용성을 높인 피지컬 AI 기반 웨어러블 로봇 솔루션을 공개했다. 에프알티로보틱스는 5개 이상의 잠재 고객사와 판매 협의를 진행하고 다수의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북미 유통사 및 바이어들과 후속 PoC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로봇의 인지 채널을 청각과 전기적 신호로 확장해 조명 변화나 물리적 가림 현상에 취약한 기존 시각 의존 방식의 공백을 메운다. 이는 로봇이 복잡한 산업 현장에서 더 정밀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물리적 토대가 된다.

단순 전시를 넘어선 맞춤형 비즈니스 매칭 구조

이번 행사는 불특정 다수에게 브로슈어를 배포하는 일반 전시회와 달리, 사전 분석 기반의 1:1 맞춤형 연계 전략을 사용했다. KAIST GCC는 참여 기업의 기술력, 사업 모델, 글로벌 진출 단계, 구체적인 협력 수요를 사전에 데이터화하여 매칭 리스트를 구성했다. 이는 단순 방문객 수보다 실제 계약이나 기술 제휴 가능성이 높은 파트너를 정밀하게 매칭하는 방식이다.

한·미 AI 비즈니스 파트너십 프로그램에서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1:1 비즈니스 상담과 기술 시연이 진행됐다. 엔비디아, 아마존, 테슬라, 구글, 루시드, 우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참여해 국내 기업의 솔루션을 검토했다. 국내 기업들은 자사 기술이 상대 기업의 하드웨어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 시연했으며, 글로벌 기업의 엔지니어와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참여해 기술의 실효성을 검증했다.

논의는 기술협력, 공동 연구개발(R&D), 투자 유치, 글로벌 공급망 협력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체화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스타트업의 특정 모듈이나 부품이 자사 공급망 내에서 성능을 높일 수 있는지 분석했다. 특히 공동 R&D 논의는 차세대 피지컬 AI 표준을 함께 만드는 원천 기술 협력 단계까지 포함했다. 투자 기관들은 기술 성숙도와 북미 시장 확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투자 규모와 조건을 논의했다.

300건의 상담과 PoC 요청으로 증명한 시장성

이번 행사에서 진행된 약 300건의 비즈니스 상담은 연구실 수준의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의 요구사항과 맞물릴 때 발생하는 상업적 가치를 확인한 결과다.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실제 구매와 협업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사업화 단계로 진입했다.

리보틱스는 20건 이상의 바이어 및 투자사 미팅을 수행하고 일부 기업과는 현장 방문을 포함한 후속 협력 단계를 논의했다. 미국을 핵심 시장으로 설정한 리보틱스는 오는 7월 후속 출장을 통해 상담 내용을 사업 협력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세코어로보틱스는 행사 기간 중 총 28명의 기업 및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술 소개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PoC 조건을 문의한 기업 1곳, 협업 의향을 밝힌 기업 3곳, 투자 규모를 문의한 벤처캐피털 3곳을 확보했다. 후속 미팅을 요청한 기업은 8곳에 달하며, 이를 통해 기술 완성도가 북미 시장의 진입 장벽을 넘었음을 확인했다.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위한 단계적 검증 경로

KAIST GCC는 크레스트 벤처스(Crest Ventures)와 공동으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내 기업들이 미국 기업 및 투자기관과 1:1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하도록 지원했다. 이는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만나 제품의 사양, 가격, 적용 범위를 조율하는 실무적 접점을 만든 것이다.

현지 진출의 핵심은 '현지 시장 수요 확인 $\rightarrow$ 기술 적용 가능성 검증 $\rightarrow$ PoC(Proof of Concept, 기술 실증) $\rightarrow$ 글로벌 공급망 진입'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경로를 밟는 데 있다. PoC는 실제 환경에서 아이디어나 기술이 구현 가능한지 증명하는 단계로, 북미 시장의 실질적인 요구사항을 제품에 반영하는 보완 과정이다. 수요 확인 단계에서 가능성을 보고 PoC를 통해 신뢰를 얻어야 거대 기업의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다.

이플로우, 서울다이나믹스, 다임리서치, 도구로보틱스 같은 지원 기업들은 이러한 경로를 통해 해외 고객을 발굴하고 자사 기술이 북미 공급망의 어느 지점에 배치될 수 있는지 확인했다. 특히 부품이나 모듈 단위의 기술을 가진 기업일수록 최종 제품 제조사와의 정밀한 매칭이 필수적이다.

상담 이후의 사후 관리 체계는 일회성 행사를 사업화로 전환하는 장치가 된다. KAIST GCC는 개별 기업의 상담 결과와 투자자 피드백을 분석해 제품 수정 방향을 잡고 후속 미팅과 사업화 연계를 추진한다. 단순한 만남의 횟수보다 피드백의 구체성이 사업 성공의 결정적 기준이 된다.

화면 속 AI가 물리적 실체로 구현되는 과정은 이제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사업적 실증의 단계로 진입했다. 로봇 청각센서나 전계 기반 센싱 같은 특화 하드웨어 기술이 북미 시장의 실제 수요와 정밀하게 맞물릴 때 비로소 제품의 실제 시장 가치가 결정된다.

국내 로보틱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단순한 시연 횟수나 상담 건수가 아니라, 구체적인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 PoC 진입 속도와 그 깊이에서 갈린다. 본문에서 제시한 맞춤형 매칭 구조와 실증 기준을 통해 북미 시장의 진입 장벽을 넘는 실질적인 경로를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