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24-hour report is 68 pages long," 호주 케언즈의 요양 시설에서 근무하는 임상 케어 매니저 마리암마 조지(Mariamma George)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매일 쏟아지는 수십 페이지의 간호 기록과 보고서를 일일이 읽고 분석해야 하는 현장 관리자들에게 종이 뭉치는 곧 업무 압박이자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병목 구간이었다. 이들은 매일 아침 밤사이 발생한 낙상 사고, 투약 거부, 임종 임박 환자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수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특히 97개 침상을 갖춘 대규모 시설의 경우, 프런트라인 간호사들이 작성한 방대한 진행 노트(progress notes)를 훑는 일은 단순한 읽기를 넘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노동이었다.

하지만 최근 Regis Aged Care(호주 요양 서비스 제공업체)는 이러한 단순 반복적인 문서 작업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AI라는 해결책을 도입했다. 2024년부터 AI 도입을 검토해 온 이들은 현장 관리자들이 서류 뭉치에 파묻히는 대신 환자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RegiCare Assist(레지케어 어시스트)다. 이 도구가 어떻게 68페이지의 압박을 3페이지의 통찰로 바꾸었는지, 그 이면의 기술적 설계와 실무적 적용 과정을 살펴본다.

RegiCare Assist, 72개 요양 시설과 150명 실무자 투입

호주 전역의 72개 요양 시설에서 약 150명의 실무자가 RegiCare Assist(레지케어 어시스트, 요양 시설 전용 AI 비서)를 실제 업무에 투입해 사용하고 있다. 2025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 시스템은 현장 관리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방대한 양의 임상 기록물 처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집중한다. 단순한 기술 검증이나 소규모 실험 단계를 넘어, 호주 내 광범위한 요양 네트워크의 실무 환경에 직접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운영 규모를 갖췄다.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IT 솔루션 기업인 Cognizant(코그니전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Regis(레지스, 호주 요양 서비스 기업)는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페인 포인트와 요구사항을 정의했고, 코그니전트는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해 최적의 워크플로우를 설계했다. 현장의 임상적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의료 현장의 특수성과 IT 기업의 시스템 구축 역량을 결합했으며, 이를 통해 AI가 단순한 텍스트 요약을 넘어 임상적 맥락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도록 구조화했다.

기술적 뼈대는 Microsoft Copilot Studio(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스튜디오, 코딩 지식이 적어도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로우코드 플랫폼)가 담당했다. 쉽게 말하면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일일이 입력하는 대신,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AI의 대화 흐름과 동작 방식을 시각적으로 설계한 것이다. 덕분에 개발자가 아닌 현장 관리자들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반영해 AI의 응답 방식을 수정하고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 가능했다. 여기에 Microsoft Foundry(마이크로소프트 파운드리, 거대언어모델 기반의 AI 인프라)를 통해 고성능 LLM(거대언어모델)을 적용했다. 비유하자면 코파일럿 스튜디오가 사용자가 조작하는 직관적인 대시보드라면, 파운드리는 그 이면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정답을 찾아내는 거대한 엔진과 같다.

이 모든 시스템은 요양 시설의 보안 환경 내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호한다. 데이터 접근과 공유에 엄격한 제어 장치를 두어 보안 사고의 위험을 낮추면서도, LLM의 강력한 추론 능력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실무자들은 이제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24시간 보고서를 일일이 읽는 수고를 덜고, AI가 분류한 핵심 이슈를 통해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다. 단순히 읽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업무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 셈이며, 이는 기술 도입의 지향점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실무자가 컴퓨터 앞을 떠나 환자와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RAG와 프롬프트 정교화로 잡은 '임상적 정확도'

의료 현장에서 AI가 내놓는 그럴듯한 거짓말, 즉 환각 현상은 단순한 오답을 넘어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위험이다. 레지스(Regis, 호주 노인 요양 시설 운영사)는 이를 막기 위해 단순히 거대언어모델의 기억력에 의존하지 않고 RAG(검색 증강 생성, 외부 지식 베이스를 참조해 답변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를 도입했다. 쉽게 말하면 AI에게 모든 정답을 외우라고 시키는 대신, 옆에 최신 지침서와 정책 매뉴얼을 펼쳐두고 정답을 찾아 쓰게 만드는 오픈북 테스트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AI는 답변을 생성하기 전 레지스의 임상 정책과 절차 지식 베이스(Knowledge Base)에서 관련 내용을 먼저 검색하고, 그 근거를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한다. 모델이 학습한 일반적인 지식이 아니라 레지스만이 가진 고유한 임상 기준을 우선적으로 참조하게 함으로써, 현장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답변이 나올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임상적 정확도를 확보했다.

사용자가 AI에게 질문하는 방식에서도 제어권을 대폭 강화했다. 자유롭게 채팅창에 질문을 입력하게 두면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모호한 표현이 섞일 수 있고, 이는 곧 AI의 잘못된 해석과 위험한 답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정답이 없는 주관식 시험지를 주는 대신, 전문가가 미리 검증한 선택지가 있는 객관식 버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레지스는 클릭 기반 인터페이스와 미리 승인된 프롬프트(AI에게 내리는 지시어)를 사용하여 사용자가 정해진 가이드라인 안에서만 질문하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구조는 AI가 질문의 의도를 오해해 임의로 판단하는 영역을 최소화하며, 어떤 간호사가 사용하더라도 항상 동일한 기준의 안전한 답변을 얻을 수 있게 돕는 강력한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더욱 세밀한 부분에서는 단어 하나가 결과의 완결성을 결정짓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과정이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개발팀은 AI가 수많은 입주자 데이터 중 특정 대상자를 누락하지 않고 모두 찾아내는지 검증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했다. 단순히 조치가 필요한 입주자를 요약해달라고 요청했을 때와 달리, 프롬프트 내에 모든(all)이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포함했을 때 비로소 데이터 누락이 사라진 것이다. 이는 AI가 효율성을 위해 일부 내용을 생략하려는 성질을 제어하고, 명단 전체를 꼼꼼히 전수 조사하도록 강제하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한 셈이다. 이러한 정교화 작업을 통해 AI는 6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 속에서도 단 한 명의 환자 상태도 놓치지 않는 촘촘한 그물망 같은 정확도를 갖추게 되었다.

68쪽의 텍스트 뭉치를 3쪽의 핵심 카테고리로 분류

예전에는 간호 관리자가 24시간 동안 작성된 68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일일이 읽어야 했다. 현장 간호사와 요양보호사가 남긴 방대한 기록을 훑으며 혹시라도 놓친 환자의 특이 사항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에만 매일 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번에 도입된 RegiCare Assist(레지케어 어시스트, Regis Aged Care의 AI 비서)는 이 물리적인 읽기 과정을 완전히 바꿨다. 68쪽의 텍스트 뭉치를 AI가 분석해 단 3쪽의 핵심 요약본으로 압축해낸다. 비유하자면 수천 권의 책이 꽂힌 도서관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모든 페이지를 일일이 넘기던 방식에서, 전문가가 미리 정리해둔 핵심 색인 목록을 보고 필요한 부분만 바로 찾아내는 방식으로 전환된 셈이다. 읽어야 할 양이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관리자가 정보를 파악하는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단순히 전체 분량을 줄인 것이 아니라 정보의 성격에 따라 정교한 분류 체계를 세운 점이 이번 변화의 핵심이다. 이전에는 텍스트를 순차적으로 읽으며 관리자가 직접 중요도를 판단했다면, 이제는 AI가 즉각적인 임상 우려, 임상 트렌드, 초조함, 통증이나 감염 징후, 배변 활동 같은 구체적인 카테고리로 내용을 자동 분류한다. 쉽게 말하면 AI가 수많은 문장 속에서 환자의 상태 변화나 위험 신호를 감지해 각각의 적절한 이름표를 붙여주는 작업이다. 이는 AI가 대량의 텍스트를 빠르게 흡수하고 그 속에 담긴 감정이나 핵심 테마를 추출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덕분에 관리자는 더 이상 서류 뭉치 속에서 단서를 찾기 위해 씨름할 필요가 없으며, 분류된 카테고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즉각적인 임상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되었다.

현재의 작업 흐름은 관리자가 24시간 보고서를 시스템에 직접 업로드하는 수동 방식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사람이 파일 전송이라는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단계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기존의 케어 관리 시스템과 완전히 통합된 솔루션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통합이 완료되면 보고서를 따로 내려받아 다시 올리는 번거로움 없이, 시스템 내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AI에게 전달되어 즉시 요약본으로 변환된다. 이는 도구의 연결 방식을 최적화해 행정적인 소모 시간을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줄이려는 전략적 접근이다. 수동 업로드라는 마지막 허들마저 제거함으로써 기술이 업무의 방해 요소가 되지 않고, 기존의 간호 관리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완전한 자동화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컴퓨터 앞이 아닌 환자 곁으로", 관리자의 심리적 해방

임상 케어 매니저가 컴퓨터 모니터 대신 환자의 눈을 맞추는 시간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매일 아침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간호 기록과 보고서를 훑으며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는 데만 수 시간을 쏟아야 했다. 6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일일이 읽다 보면 정작 환자를 돌볼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레지케어 어시스트(RegiCare Assist, AI 기반 업무 보조 도구)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AI가 핵심 내용을 요약해 3페이지 분량으로 줄여주자, 관리자들은 서류 뭉치에서 벗어나 현장 라운딩을 돌며 환자들의 피드백을 직접 듣는 시간을 확보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시간 절약을 넘어 관리자의 심리적 상태에 큰 영향을 주었다. 수많은 텍스트 속에 숨겨진 위험 신호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의료 현장 관리자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쉽게 말하면, 거대한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 같은 압박감을 매일 느꼈던 셈이다. 이제는 AI가 임상적 이슈별로 정보를 분류해 우선순위를 제안하므로, 관리자들은 자신이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보고서의 양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업무 시작 전의 긴장감이 낮아지고 직무 만족도가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의 역할 범위다. 레지스(Regis, 호주 노인 요양 시설 운영사)는 AI가 결코 인간의 임상적 판단(Clinical Judgment, 의료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내리는 전문적 결정)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비유하자면 AI는 수많은 서류를 빠르게 정리해 주는 유능한 비서일 뿐,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어떤 처치를 할지 결정하는 책임자는 여전히 인간 간호 관리자다. AI가 특정 환자의 상태 변화를 신호로 보내면, 관리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실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린다.

기술의 도입 목적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데 있다. 컴퓨터 앞에 묶여 있던 관리자가 환자 곁으로 돌아갔을 때 비로소 진정한 케어가 시작된다. 행정 업무의 효율화가 임상 현장의 심리적 여유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관리자가 느끼는 심리적 해방감은 곧 환자가 체감하는 돌봄의 밀도로 치환되며 이는 의료 서비스의 본질적인 가치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초고령 사회 한국, '도메인 특화 로우코드 AI'의 시사점

한국의 요양 시설 현장에서도 간호 인력 한 명이 감당해야 할 서류 뭉치는 매일같이 쌓인다. 급격한 고령화로 돌봄 수요는 폭증하는데 일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무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보고서를 쓰는 시간은 곧 환자를 돌볼 시간의 손실을 의미한다. 호주의 레지스(Regis) 사례처럼 수십 페이지의 일일 보고서를 단 몇 장으로 요약하는 자동화 도구가 절실한 이유다. 단순히 업무 시간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기술로 메우는 행정 자동화가 한국형 요양 산업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행정 절차가 매우 세밀하여 기록 업무의 비중이 높은데, 이를 AI가 분담한다면 간호사가 환자의 눈을 한 번 더 맞출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서 핵심은 범용 AI가 아니라 도메인 특화 AI(특정 산업 분야의 지식에 최적화된 인공지능)를 구축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AI에게 요양 지침을 물으면 그럴듯하지만 사실과 다른 답을 내놓는 환각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의료 현장에서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RAG(검색 증강 생성, 외부 지식 베이스에서 관련 정보를 먼저 찾아 답변에 반영하는 기술)다. 쉽게 말해 AI에게 모든 지식을 암기시키려 애쓰는 대신, 옆에 최신 요양 정책 매뉴얼과 시설 내부 규정집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정확한 페이지를 찾아보며 답하게 하는 오픈북 테스트 방식과 같다. 이렇게 하면 국가 정책의 변경이나 시설별 특이 사항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AI의 답변에 대한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현장 실무자의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는 로우코드(Low-code, 코딩을 최소화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 전략은 도입 속도와 실효성을 결정짓는다. 전문 개발자가 모든 기능을 설계하고 배포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현장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정작 완성된 도구가 실무와 동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비유하자면 로우코드는 정교한 조각상을 깎는 것이 아니라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연결해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간호사가 직접 도구를 사용해보고 이 표현은 현장에서 쓰지 않는다거나 이 항목이 최상단에 배치되어야 한다고 요청하면, 이를 즉시 수정해 적용하는 빠른 반복 개선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은 기술이 현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숙련된 경험이 기술의 정밀도를 높이는 상호 보완적 구조를 만들어 실질적인 업무 경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