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메이트 2026에서 공개된 벤션의 1억 1천만 달러 규모 자동화 생태계

로봇 팔 하나를 움직이기 위해 엔지니어 한 명이 수만 개의 좌표를 일일이 입력하며 며칠을 밤새우는 일은 제조 현장의 흔한 풍경이다. 이런 수동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좌표 오차 하나가 전체 생산 라인의 가동을 몇 주씩 늦추는 시간적,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캐나다의 벤션은 지난 6월 22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된 오토메이트 2026에서 이러한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화(SW-defined automation, 하드웨어 제어를 소프트웨어 로직으로 통합해 유연하게 관리하는 방식) 협력 성과를 공개했다.

벤션은 화낙 아메리카 및 유니버설로봇(UR)과 테라다인 로보틱스로 이어지는 전략적 제휴 체계를 구축했다. 화낙의 산업용 로봇 지원 범위를 확장하여 배치를 단순화하는 한편, UR의 코봇(Cobot,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며 작업하는 협동 로봇) 배치를 위해 최적화된 새로운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선보였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세계에 실제 공장과 동일한 모델을 구현해 물리적 설치 전 성능을 검증하는 기술이다. 이번 제휴는 복잡한 시스템 통합 과정을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단순화하여 제조업체가 장비를 더 빠르게 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벤션은 2016년에 설립되어 현재 전 세계 4,000여 개 공장에 2만 5,000여 대의 장비를 배치했다. 올해 1월에는 1억 1,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기술 확장 기반을 확보했다. 벤션은 모듈형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물리적 AI를 하나로 묶은 풀스택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단 며칠 만에 턴키(Turn-key, 모든 설치를 마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 방식이나 맞춤형 자동화 설비를 설계하고 프로그래밍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조 현장에서는 지속적인 노동력 부족 문제가 발생하며 설치가 쉽고 가동 속도가 빠른 자동화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벤션은 화낙의 산업용 로봇과 자사 플랫폼을 결합해 설계부터 시뮬레이션, 배치, 운영까지 모든 단계를 단일 환경에서 처리하는 통합 구조를 구현했다. 이는 사전 검증된 구성 요소와 소프트웨어 제어를 통해 실제 생산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머신모션 AI와 파운데이션 스테레오 기반의 경로 자동 생성

벤션은 머신모션(MachineMotion, 로봇 경로 최적화 AI)과 머신로직(MachineLogic, 자동화 제어 생태계)을 도입해 작업자가 시작점과 끝점이라는 목표만 설정하면 되는 환경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로봇이 거쳐 가야 할 경유지인 웨이포인트를 사람이 직접 지정하고 검증해야 했으나, 이제는 시스템이 작업 공간을 스스로 스캔한다. AI가 두 지점 사이에서 장애물을 피하는 최적의 경로를 자동으로 계산하며, 이는 다품종 소량 생산처럼 생산 조건이 빈번하게 바뀌거나 공장 레이아웃이 변경되는 환경에서도 로봇이 즉각적으로 경로를 수정하게 만든다.

경로 자동 생성의 기술적 토대는 엔비디아 아이작(NVIDIA Isaac)의 오픈 모델인 파운데이션 스테레오가 담당한다. 시스템은 스테레오 카메라(두 개의 렌즈를 이용해 인간의 눈처럼 거리감을 측정하는 장치)를 통해 외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한다. 여기서 제로샷 스테레오 깊이 추정(특정 환경에 대한 사전 학습 없이도 처음 보는 공간의 깊이와 거리 정보를 계산하는 기술)을 적용해 정밀한 3D 공간 이해 데이터를 생성한다. 머신모션 AI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물리적 현장과 동일한 가상 복제본인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가상 공간 내에서 로봇의 팔과 주변 구조물 간의 충돌 가능성을 수치적으로 계산해 가장 효율적인 이동 궤적을 도출해 실제 로봇에 전달한다.

수동 통합 방식 대비 '사전 검증된 모듈'의 효율성

AI 기반의 경로 생성과 더불어, 벤션은 하드웨어 통합 단계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사전 검증된 모듈' 체계를 도입했다. 기존 산업 자동화 시스템은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조합할 때 통신 규격이나 물리적 인터페이스가 일치하지 않아 이를 조정하는 데 막대한 엔지니어링 리소스가 투입됐으며 이는 곧 가동 지연으로 이어졌다. 벤션은 이를 상호 연동되는 사전 검증된 구성 요소 체계로 대체했다. 개별 하드웨어 부품과 소프트웨어 모듈이 이미 상호 호환성을 검증받은 상태로 제공되기에 통합 단계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충돌이나 설정 오류를 줄였다.

실제 장비를 현장에 배치하기 전 단계에서 로직 생성과 고충실도 시뮬레이션, 셀 간 상호작용 테스트를 모두 수행한다. 이는 하드웨어를 실제로 조립하기 전에 가상 환경에서 모든 동작과 간섭 여부를 검증하여 현장 설치 시의 시행착오를 없애는 과정이다. 특히 여러 로봇이나 장비가 함께 작동하는 셀 간 상호작용을 미리 테스트함으로써 통합 리스크를 낮췄다.

프로그래밍 방식은 노코드(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 시각적 도구로 설정하는 방식)와 `Python` 언어를 모두 지원하도록 통합했다. 사용자는 복잡한 문법 없이 설정을 변경하거나, 정밀한 제어가 필요한 경우 `Python`으로 세부 로직을 직접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듈형 구성 요소와 시뮬레이션의 결합은 실제 설치 전 통합 리스크를 낮추고 생산 가동 속도를 높이는 운영 기준이 된다.

CRX부터 M-20iD까지,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확장된 적용 범위

벤션의 플랫폼은 화낙의 광범위한 라인업을 지원하며 적용 범위를 확장했다. 지원 대상에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CRX 협동 로봇부터 정밀 작업용 LR메이트(LR Mate), 중형 로봇인 LR-10iA, 그리고 고중량 및 고강성 작업에 쓰이는 M-710iD와 M-20iD 시리즈가 모두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픽앤플레이스(물건을 집어 옮기는 작업)를 넘어 머신 텐딩(기계에 가공물을 넣고 빼는 작업), 팔레타이징(물건을 팔레트에 쌓는 작업), 용접, 고속 산업 자동화까지 적용 분야를 넓힌 것이다.

유니버설 로봇(UR) 사용자를 위해서는 전용 인터페이스 기반의 UR 최적화 설계 환경을 구축했다. 이 환경에는 UR 협동 로봇 전체 라인업의 기술 사양과 세부 기능이 미리 로드되어 있어, 작업자는 설계를 진행하는 동시에 해당 구성이 즉시 제작 가능한 상태인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UR+ 구성 요소(UR 로봇에 최적화되어 검증된 주변 장치)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는 독점 자동화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한다. 로봇 팔 끝에 부착되는 말단 장치(EOAT)부터 복잡한 7축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검증된 부품을 선택해 조합함으로써 부품 간 호환성 문제를 사전에 차단한다.

실제 현장 배치를 가속화하기 위해 수요가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검증된 템플릿 라이브러리를 운영한다. 여기에는 생산 라인 최종 단계인 엔드오브라인(End-of-line) 솔루션, 머신 텐딩, 픽앤플레이스, 오버헤드 선형축 시스템 등 UR 협동 로봇에 최적화된 사전 구성 템플릿이 포함된다. 이 통합 환경은 초기 북미와 유럽 전역에 출시되어 로봇 선택, 디지털 트윈 설계, 제어, 모듈형 인프라 구축을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연결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과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한국 제조 현장의 시사점

숙련된 작업자가 로봇의 모든 움직임을 일일이 지정하던 기존 공장은 생산 품목이 바뀔 때마다 며칠씩 라인을 멈춰야 했다. 최근 제조업 전반에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며 전문 인력의 의존도를 낮추고 장비를 빠르게 배치할 수 있는 단순한 구현 방식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생산 조건이 빈번하게 바뀌는 다품종 소량 생산 환경에서는 새로운 SKU(재고관리단위, 개별 상품 관리 최소 단위)나 고정 장치가 추가될 때마다 로봇 경로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벤션 플랫폼은 이러한 SKU의 변화와 생산 레이아웃의 변동에 대응하는 구조를 갖췄다. 작업자가 매번 수동으로 좌표를 수정하는 대신 시스템이 변경된 환경을 인식해 최적 경로를 자동으로 계산한다. 이는 제품 주기(Life cycle)가 짧고 생산 라인의 구성이 자주 바뀌는 한국 제조 현장에서 로봇 재배치 시간을 줄이고 생산 유연성을 확보하는 실무적 대안이 된다.

또한, 볼트를 조이기 전 도달 범위와 모듈형 프레임워크를 디지털 환경에서 미리 검증하는 과정은 설치 시간을 단축한다. 고충실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로봇 팔이 실제 부품에 정확히 닿는지, 주변 프레임과 충돌하지 않는지 사전에 확인해 물리적 설치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제거한다. 설계 단계에서 검증을 마쳐 시운전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개념 단계에서 생산 준비 단계로 바로 진입하게 하여 가동 효율을 극대화한다.

로봇 팔의 경유지 좌표를 수동으로 입력하던 번거로운 프로그래밍 과정은 이제 목표 지점 설정과 자동 경로 계산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엔비디아 아이작의 파운데이션 스테레오 모델을 통한 실시간 3D 공간 이해는 로봇이 스스로 환경을 인식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기술적 토대가 된다.

자동화의 성패는 이제 개별 장비의 스펙이 아니라 사전 검증된 모듈과 고충실도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배치 전 통합 리스크를 얼마나 제거하느냐에서 결정된다. 설계부터 가동까지의 물리적 시간을 단축하는 능력이 제조 현장의 실질적인 경쟁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