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A 2026, 휴머노이드 외형보다 '조작력'에 집중

로봇이 화려하게 춤을 추거나 두 발로 걷는 영상은 이제 흔한 볼거리다. 하지만 옷을 접거나 지퍼를 올리는 정교한 동작을 수행하는 로봇은 여전히 드물다. 실제 생활에 필요한 정밀 조작 능력이 로봇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2026년 6월 1일부터 5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의 Messe Wien(메세 빈)에서 개최된 IEEE 국제 로봇 및 자동화 컨퍼런스(ICRA 2026)에서는 휴머노이드의 외형이나 보행 성능보다 로봇 손의 정밀도, 즉 조작력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과거의 기술 전시가 사람처럼 걷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손끝의 세밀한 움직임으로 복잡한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다뤄졌다.

전시 현장에서는 기능의 특수화를 추구하는 모델들이 등장했다. Direct Drive사의 D1-modular robot은 몸체를 두 부분으로 분리할 수 있는 구조로 점프, 회전, 험지 주파를 수행했다. Enchanted Tools의 Mirokaï(미로카이)는 오렌지색 몸체와 고양이 귀 디자인을 채택한 사회적 돌봄 로봇으로 시선을 끌었다. Tesollo의 휴머노이드는 긴 팔로 과일을 하나씩 집어 바구니에 담는 동작을 시연했고, 베트남 Vinrobotics의 휴머노이드는 관절의 구동음을 활용해 친근한 상호작용을 강조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축구를 하거나 쿵후를 시연하던 소형 Booster(부스터) 로봇들의 모습 뒤에는 조작력이라는 기술적 과제가 놓여 있었다. 인간과 로봇의 능력 격차를 줄이는 핵심은 결국 손의 조작력에 있으며, 이 격차가 좁혀져야 빨래 접기와 같은 일상적인 가사 노동의 자동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21자유도로 인간의 손을 복제한 TARS DexHand

TARS가 개발한 DexHand는 인간 손의 물리적 구조를 1:1 수준으로 복제해 정밀 조작 문제를 해결했다. 이 장치는 손목 관절과 손가락 마디에 걸쳐 총 21자유도(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수)를 구현했다. 인간의 관절 가동 범위를 그대로 옮겨 정밀한 움직임의 물리적 기반을 구축했으며, 손목의 회전과 손가락의 굽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DexHand는 실시간 촉각 데이터를 해석하는 감각 체계를 갖췄다. 로봇 손끝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통해 물체의 미끄러움, 거칠기, 경도를 실시간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감각 피드백을 고정밀 손가락 제어 기술과 결합해 영어 알파벳 26개에 해당하는 손 제스처를 모두 수행한다. 시각 정보 외에 촉각 데이터를 통해 물체 상태를 즉각 파악하고 쥐는 힘을 조절하는 구조다.

실제 시연에서 TARS의 휴머노이드는 배낭의 지퍼를 올리는 동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지퍼의 작은 머리 부분을 정확히 잡고 일정한 궤적으로 밀어 올리는 과정에는 작은 근육을 조절해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미세 운동 기술(Fine motor skills)이 필수적이다. 외형적인 휴머노이드 형태를 갖추는 것보다 손끝의 정밀 조작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로봇을 실험실 밖 산업 현장에 배치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건이 된다.

이동성(Locomotion)과 조작성(Dexterity)의 기술적 분리

TARS와 같은 개별 기술의 진보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과도 궤를 같이한다. 영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ARIA(Advanced Research and Invention Agency)는 'Smarter Robot Bodies'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의 능력을 이동성과 조작성이라는 두 가지 독립된 분과로 나누어 접근한다. 이는 인간의 형태를 닮게 만드는 것보다 각 기능의 기술적 병목을 분리해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근거하며, 이동 제어와 조작 제어 알고리즘을 각각 독립적으로 최적화한다.

로봇 이동성(Locomotion) 분과는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지면 높낮이가 불규칙한 실제 야외 및 실내 공간 등 예측 불가능한 물리적 환경을 주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봇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능력은 모든 물리적 작업의 시작점이다.

로봇 조작성(Dexterity) 분과는 로봇 손이 물체의 형태나 질감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절한 힘을 가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한계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단순하게 물건을 집어 올리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손처럼 세밀한 힘 조절과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동성이 로봇의 접근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면, 조작성은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의 난이도와 범위를 결정한다.

Smarter Robot Bodies 프로그램은 2027년 초에 공식 런칭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 개발의 초점을 전체적인 외형 구현에서 특정 기능의 전문화와 최적화로 구체화하고 있다.

기네스 기록이 증명한 산업 현장 배치 가능성

“학계의 성과를 실제 현장의 생산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딩 원차오(Ding Wenchao) 박사의 방향성 설정 이후, TARS의 R&D 속도는 급격히 상승했다. TARS는 설립 18개월 만에 중국 신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 분야에서 엔젤 및 프리시드 단계 최대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연구실 수준의 프로토타입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하드웨어 최적화와 제어 알고리즘 고도화를 추진했다.

TARS는 공정 시간과 정확도라는 산업적 기준을 충족하며 기네스 세계 기록을 달성했다. 구체적으로 형태가 쉽게 변형되는 유연체 특성의 로봇 와이어링 하네스(배선 뭉치) 삽입 작업을 1시간 이내에 완료했다. 이는 로봇의 정밀 조작 능력이 실제 제조 공정의 타임라인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에 진입했음을 증명한다.

딩 원차오 박사는 ICRA 2026 산업 기조연설에서 학계 연구 성과를 산업적 배치(Industrial deployment)로 연결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TARS는 현장의 요구 사항을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목표를 설정한 뒤 검증하는 산업 중심의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TARS가 보여준 기네스 기록 달성과 투자 유치 규모는 정밀 조작 기술이 실제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로봇의 실질적인 경쟁력은 외형적 유사함이 아니라, 실제 산업 공정의 시간을 단축하고 불량률을 낮추는 실무 수행 능력에서 결정된다.

로봇 윤리와 인간 주체성: 실무자가 고려할 설계 기준

WOROBET(로봇 윤리 워크숍)에서는 로봇의 개입 방식이 사용자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과 그 제어 기준을 논의했다. 연구자들은 기술적 구현을 넘어 로봇이 인간의 일상에 개입할 때 발생하는 심리적 변수와 윤리적 프레임워크를 분석했다.

토호쿠 대학의 야스히사 히라타 교수는 탈부착 가능한 외골격이나 사이클링 휠체어 같은 물리적 보조 로봇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러한 도구는 사용자의 자기효능감과 동기부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사용자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만큼만 보조하고, 로봇이 모든 것을 해결해 사용자의 주체성을 해치지 않는 적정 보조 수준을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팅엄 대학의 프라민다 칼렙 솔리 교수는 뇌졸중 회복 중인 교사가 가정에서 보조 로봇의 도움을 받는 시나리오를 통해 레드팀 훈련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설계자가 사용자의 이익을 명분으로 자율성을 제한하는 설계 선택이 윤리적으로 타당한지를 검토했다.

국내 로봇 실무자에게 이 논의는 제품의 배포 기준이 된다. 물리적 보조 로봇의 제어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사용자의 의도를 얼마나 반영하고, 어느 지점에서 로봇이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정밀 조작 능력이 산업 현장 배치의 기준이라면, 돌봄 환경에서는 사용자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설계 범위가 실배치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로봇이 화려하게 춤을 추는 영상보다 작은 단추를 채우는 1초의 정밀함이 산업 현장에서는 더 큰 가치를 가진다. 이제는 휴머노이드라는 외형적 유사함에 매몰되지 않고, TARS DexHand가 보여준 21자유도의 정밀 조작 능력을 기준으로 실배치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실무적인 접근이다.

피지컬 AI의 성패는 인간을 얼마나 닮았는가가 아니라, 실제 공정의 오차를 얼마나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가라는 실질적 효용성에서 결정된다. 정밀 조작 능력을 산업 현장 배치의 임계점으로 두고 기술 스펙을 분석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판단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