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고원 5000m 지점의 공기는 희박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숨을 쉴 때마다 해수면보다 훨씬 적은 양의 산소를 받아들인다. 일상적인 호흡만으로도 신체는 끊임없는 생존 투쟁을 벌이는 셈이다.

5000m 고도와 50세 미만의 기대수명

해수면의 산소 농도는 20.9%다. 고도 3500m에서는 13%로 떨어지고 5000m에 이르면 11%까지 낮아진다. 연구팀은 라싸(3656m)와 투이와춘(5070m) 거주자를 대상으로 면역 지형을 분석했다. 투이와춘의 인구는 160명 미만이며 이들의 중앙 기대수명은 50세 미만으로 기록됐다. 분석에는 단일 세포 RNA 시퀀싱(개별 세포 단위로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기술)과 Stereo-seq(공간적 해상도를 높여 조직 내 세포 위치와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하는 기술)가 사용됐다. 고산지대 거주자들은 후성유전학적 노화(DNA 염기서열 변화 없이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며 늙는 현상)가 빠르게 진행되었으며 이는 거주 고도와 정비례하는 상관관계를 보였다.

저지대 거주자와 갈리는 면역 지표

저지대 거주자와 비교하면 고산지대 거주자의 혈액 내 호중구(백혈구의 일종으로 초기 면역 반응을 담당하는 세포)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다. 예전에는 고산지대의 높은 신체 활동량이 장기적인 건강에 이롭다는 가설이 우세했다. 하지만 만성 저산소증(산소 부족 상태)은 다른 결과를 낳는다. 고산지대 거주자는 산소 운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혈구증(혈액 내 적혈구가 과도하게 증가하는 상태)을 겪는다. 이는 혈액 점도를 높여 심장 부하를 늘리고 혈전 위험을 키운다. 면역 체계에서도 소진된 T세포(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공격하는 세포)와 노화 관련 B세포(항체를 생성하는 세포) 같은 AICs(노화 관련 면역 세포)가 대거 발견됐다. 특히 AICs는 노화된 장 상피 세포와 상호작용하며 장 노화 경로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적 스트레스가 생물학적 시계를 강제로 앞당기는 물리적 임계점이 존재함을 증명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