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늙지 않게 해주는 마법의 알약이 있다면 어떨까. 인터넷이나 뉴스에서는 가끔 어떤 물질을 먹었더니 생쥐의 수명이 늘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람들은 금방 기대에 부풀어 이 물질이 인간에게도 통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왜 정작 우리 주변에는 그런 약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ITP 연구 프로그램이 확인한 11가지 물질의 실패
최근 ITP(생쥐가 얼마나 오래 사는지 아주 꼼꼼하게 확인하는 연구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노화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11가지 물질을 준비했다. 여기에는 알파-케토글루타레이트(몸속 에너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물질)처럼 이미 유명한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물질들은 과거의 작은 실험들에서 수명을 늘려준다는 희망적인 데이터를 보여주었던 것들이다.
연구팀은 UM-HET3 생쥐(유전자가 다양해서 사람과 비슷하게 연구할 수 있는 생쥐)를 아주 많이 사용해 실험했다. 단순히 몇 마리가 아니라 수천 마리를 대상으로 엄격하게 검사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11가지 물질 중 그 어떤 것도 수컷이나 암컷 생쥐의 수명을 유의미하게 늘리지 못했다. 심지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사람에게 직접 약을 써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까지 진행했던 물질조차 이번 대규모 실험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결국 기대했던 노화 방지 물질들이 실제로는 쓸모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진대사 조절이라는 잘못된 방향의 한계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데이터의 함정을 논하듯, 이번 결과는 표본의 크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생쥐 100마리 정도를 대상으로 한 작은 실험에서는 우연히 수명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ITP처럼 수천 마리를 대상으로 엄격하게 검사하면 그런 우연은 사라지고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많은 사람이 속았던 작은 실험들의 결과가 사실은 착시 현상이었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점은 접근 방식의 문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신진대사(우리 몸이 음식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를 조절해서 늙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그런 방식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마치 낡아서 무너져가는 집의 벽지를 새로 바꾼다고 해서 집이 다시 튼튼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과 같다. 벽지를 바꾸는 것은 겉모습만 바꾸는 신진대사 조절과 비슷하다. 정말로 집을 오래 유지하려면 무너진 기둥을 세우고 갈라진 벽을 메우는 수리가 필요하다. 즉, 단순히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보다 망가진 세포와 조직을 직접 고치는 기술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약을 먹는 시점과 양이 만드는 데이터의 혼란
실험 과정에서 약을 언제 먹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논쟁도 뜨거웠다. 어떤 연구자들은 생쥐가 아주 어릴 때 약을 먹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이들은 어느 정도 늙은 뒤에 먹여야 한다고 믿었다. ITP 연구팀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7개월 때와 18개월 때 등 시작 시점을 다르게 해서 실험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로 효과가 없었다. 약의 양을 바꾸거나 먹는 시기를 조절해도 수명 연장이라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실험 장소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일도 있었다. 잭슨 연구소(미국의 유명한 생쥐 연구 센터)의 일부 생쥐들이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유독 오래 사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이런 데이터가 섞이면 마치 약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가짜 데이터를 걸러내기 위해 여러 곳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고, 결국 일부 물질은 오히려 수명을 줄이는 나쁜 영향이 있다는 것까지 찾아냈다. 한두 번의 성공 사례만 믿고 덤비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법의 알약을 찾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고장 난 곳을 정확히 찾아 수리하는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