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의사는 딜레마에 빠진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혈관을 열어 숨통을 틔워줘야 하지만, 기존 약물을 쓰면 출혈이나 심장 주변에 물이 차는 부작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증상을 완화하려다 다른 치명적인 문제를 만드는 상황이 반복되며, 환자들은 치료제 선택의 한계에 부딪힌다.

9.5억 달러 규모의 35Pharma 인수와 HS235의 제원

GSK(영국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가 몬트리올 소재의 35Pharma(단백질 기반 치료제에 집중하는 바이오 기업)를 9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의 핵심은 PH(폐동맥 고혈압, 폐의 혈압이 높아지는 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인 HS235의 확보에 있다. PH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치명적인 상태이며 5년 생존율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치료의 시급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약 8천만 명의 환자가 PH를 앓고 있으며, 관련 치료제 시장은 2032년까지 1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HS235는 기존의 광범위한 생물학적 신호 상호작용 대신 activin receptor signaling pathway(액티빈 수용체 신호 전달 경로, 세포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단백질 경로)라는 특정 메커니즘에 집중한다. 초기 임상 관찰 결과에서는 단순한 혈압 조절을 넘어 지방 선택적 체중 감소, 제지방량 유지, 인슐린 민감도 개선이라는 대사적 이점이 관찰된다.

이 물질은 GSK의 RI&I(호흡기, 면역 및 염증 부문) 파이프라인에 편입된다. 향후 PAH(폐동맥 고혈압의 일종으로 폐동맥이 좁아지는 질환)와 PH-HFpEF(심박출률이 보존된 심부전과 연관된 폐고혈압) 두 가지 형태의 질환을 대상으로 개념 증명 임상 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다.

단일 표적 접근법이 가져오는 대사 체계의 변화

기존의 PH 치료제는 폐혈관을 확장해 증상을 완화하지만, 이는 제어실의 모든 스위치를 한꺼번에 올리는 것과 같다. 혈관 확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혈액 조성의 변화나 심낭삼출 같은 원치 않는 부작용이 함께 발생하는 구조다. 반면 HS235는 특정 다이얼 하나만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장기 복용이 필수적인 만성 질환에서 이러한 정밀함은 이론적 효과를 넘어 환자가 실제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드는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PH가 단순한 폐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 질환이라는 사실이다. PH는 심장에 부담을 주고 산소 흐름을 방해하며,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 같은 대사 문제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HS235가 보여준 지방 선택적 체중 감소와 인슐린 민감도 개선은 이 약물이 폐라는 국소 부위를 넘어 전신 대사 환경을 재구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만성 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이 개별 장기의 증상 완화에서 공유 경로의 최적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만과 근육 손실, 인슐린 저항성이 PH를 가속화하는 만큼, 혈관 건강과 대사를 동시에 공략하는 다중 시스템 개입이 가능해진다. 이는 장수 과학의 핵심 아이디어인 질병의 고립적 치료가 아닌, 연결된 경로의 통합적 관리를 실현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특정 질병을 위해 설계된 약물이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생물학적 결함을 수정하는 도구로 확장되는 경로가 관찰된다.

질병의 개별 증상이 아니라 노화와 대사라는 공통 분모를 공략하는 네트워크 치료 시대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