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새로운 약이 나오고 치료법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본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쓸 수 있는 약은 생각보다 적다. 1만 개가 넘는 병이 알려져 있지만, 매년 허가받는 약은 50개 정도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이 게을러서일까, 아니면 방법이 틀린 것일까.
Helical의 1,000만 달러 투자와 가상 실험실
런던의 AI 스타트업 Helical(인공지능으로 약을 찾는 회사)이 1,000만 달러의 시드 머니(사업 초기 단계에서 받는 투자금)를 확보했다. 이들은 컴퓨터 속에 가상 실험실을 만들어 약을 찾는 시간을 줄이려 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이미 Pfizer(세계적인 제약 회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 속에 있는 바이오마커(몸속 변화를 통해 병을 알려주는 지표)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이 성공하면 헛된 실험에 낭비되는 몇 년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해외 매체에 따르면 이들은 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찾는 일이나 약을 만드는 설계도 그리기 단계에서 기간을 몇 년에서 몇 주로 줄였다고 주장한다. 결국 컴퓨터가 먼저 거르고 사람이 나중에 확인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모델의 성능보다 중요한 연결 시스템
그동안 제약 업계에도 기초 모델(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미리 학습한 인공지능 모델)은 많았다. 이론적으로는 컴퓨터로 수천 번의 실험을 미리 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결과가 제각각이었다.
컴퓨터 전문가가 만든 결과물을 생물학자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데이터가 서로 다른 파일에 저장되어 공유되지 않는 일이 잦았다. 반면 Helical은 이 차이를 메우는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여러 도구를 하나로 묶어 잘 작동하게 만드는 시스템)에 집중했다.
생물학자를 위한 가상 실험실과 엔지니어를 위한 모델 공장을 나누었지만, 데이터는 하나로 공유하게 했다. 인실리코(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험하는 것) 과학을 누구나 똑같이 다시 해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델 하나가 똑똑한 것보다, 그 모델을 어떻게 실험 과정에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수조 원 규모의 계산 생물학 시장
이런 변화는 Helical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시장에는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고 있다. Recursion(AI로 약을 만드는 회사)은 약 16억 달러를 모았고, Insilico Medicine(AI로 약을 만드는 회사)은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전통적인 방식처럼 하나하나 실험하는 대신, 컴퓨터로 먼저 계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노화처럼 복잡한 문제는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세포 변화가 얽혀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이 복잡한 그물을 풀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가상 실험실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을 동시에 테스트하고 안 되는 것을 빠르게 버릴 수 있다.
결국 약 개발의 핵심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오답을 얼마나 빨리 제거하느냐의 싸움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 신약 개발은 운 좋게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계산하는 영역으로 들어섰다. 가상 실험실이 실제 실험실의 낭비를 줄이는 필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