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피부가 쭈글쭈글해지고 여기저기 아프다. 보통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몸속에서 죽지 않고 버티는 세포들이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면 어떨까.
Rubedo의 ALEMBIC이 찾아낸 RLS-1496
Rubedo(노화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는 ALEMBIC(인공지능으로 약을 찾는 도구)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도구는 scRNAseq(세포 하나하나의 유전 정보를 읽는 기술)와 spatial omics(세포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까지 분석하는 기술)를 사용해 병든 세포를 찾아낸다. 이를 통해 RLS-1496이라는 새로운 약을 개발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진행한 시험 결과는 구체적이다. 건선 환자의 피부 두께가 평균 20% 줄어들었다. 아토피 환자의 25%는 가려움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답했다. 이 약은 GPX4(세포가 죽지 않게 보호하는 단백질)를 조절해 좀비 세포라고 불리는 노화 세포만 골라 죽인다. 인공지능이 설계한 약이 실제 사람의 몸에서 효과를 낸 사례다.
재활용 약과 정밀 타격 약의 차이
기존의 노화 치료제는 원래 다른 병을 고치려고 만든 약을 가져다 쓰는 방식이었다. 반면 RLS-1496은 처음부터 좀비 세포를 잡기 위해 설계되었다. 주목할 점은 ferroptosis(철분이 쌓여 세포가 터져 죽는 현상)라는 방식을 쓴다는 것이다.
좀비 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GPX4에 과하게 의존한다. RLS-1496이 이 부분을 건드리면 좀비 세포는 버티지 못하고 터져 죽는다. 하지만 건강한 세포는 다른 보호 경로가 있어 살아남는다. 기존 약들이 넓은 범위를 공격했다면 이 약은 정밀하게 타격하는 저격수와 같다. 노화 세포만 선택적으로 없애는 정밀 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피부암 전 단계 질환으로의 확장
미국에서는 actinic keratosis(햇빛 때문에 생기는 피부암 전 단계 질환) 치료 시험을 시작했다. 이 병은 p16INK4a(세포가 늙었는지 알려주는 표식)가 많은 좀비 세포가 쌓여서 생긴다. 기존 약들은 단순히 세포가 자라는 것을 막거나 면역력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RLS-1496은 원인이 되는 좀비 세포를 직접 제거한다. SASP(늙은 세포가 주변에 뿌리는 염증 물질)를 없애 조직이 다시 건강해지도록 돕는다. 증상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병의 뿌리를 뽑는 접근이다. 치료의 관점이 관리에서 제거로 바뀌고 있다.
노화 치료는 이제 단순히 증상을 늦추는 단계를 넘어섰다. 원인이 되는 세포를 직접 골라 없애는 정밀 타격의 시대로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