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제시간에 챙겨 먹고 정해진 일과를 따랐는데도 갑자기 몸이 굳어버린다. 손이 뻣뻣해지거나 발걸음이 엉키고, 하려던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의료진은 이를 OFF 타임(약효가 떨어져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시간)이라고 부르며, 환자들에게는 삶의 통제권을 잃어버린 단절의 시간이다.

Cerevance 솔렌제프라스의 임상 2상 데이터

임상 단계 제약사인 Cerevance(뇌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가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알약 솔렌제프라스(solengepras)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 데이터는 시카고에서 열리는 AAN 2026(미국 신경학회) 연례 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임상 결과 솔렌제프라스는 환자들의 일일 OFF 타임을 유의미하게 줄였으며, 부수적으로 수면 장애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번 학회에서는 두 개의 포스터 발표가 진행된다. 로버트 하우저 박사는 OFF 타임 개선 효과를, 하리니 사르바 박사는 수면 관련 효과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현재 이 약물은 ARISE(솔렌제프라스의 효능을 검증하는 대규모 임상 3상 시험)라는 글로벌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시험에는 하루 3시간 이상의 OFF 타임을 겪는 환자 330명이 참여하며, 12주 동안 수면과 인지 기능 개선 여부를 추적한다.

도파민 보충 대신 신호 체계의 균형을 잡다

기존의 파킨슨병 치료제는 대부분 도파민(운동 조절을 돕는 뇌 화학 물질)을 강제로 늘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약효가 빨리 사라지거나 의도치 않은 움직임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쉽게 말하면 고속도로에 차를 계속 투입하다가 결국 도로 전체가 마비되어 정체가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비유하자면 솔렌제프라스는 메인 고속도로에 차를 더 넣는 대신, 옆에 있는 우회 도로를 뚫어주는 방식이다. 이 약은 GPR6(신호 흐름을 조절하는 수용체)라는 특정 경로에 작용해 도파민 수치를 직접 높이지 않고도 뇌의 신호 체계 균형을 맞춘다. 단순히 부족한 성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접근법이다.

이러한 방식은 약효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막아 환자가 느끼는 일상의 연속성을 회복시킨다. 특히 수면 장애 개선은 피로도를 낮추고 다음 날의 운동 증상 관리를 수월하게 만들어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린다. 파킨슨병을 단일 화학 물질의 결핍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불균형으로 바라본 결과다.

이제 치료의 핵심은 수명 연장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간의 통제권을 환자에게 돌려주는 연속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