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내과 진료실에서 폐섬유증 환자가 매일 여러 알의 약을 삼키며 전신 부작용을 견디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약물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다 폐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정작 필요한 농도는 낮아지고, 원치 않는 장기에서는 독성이 나타나는 효율 저하의 문제가 반복된다. 의료진은 약물을 폐에 직접 전달해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높이는 정밀한 전달 경로를 갈망해 왔다.

Rentosertib 흡입제 임상 1상 설계와 규모

Insilico Medicine(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은 Rentosertib(ISM001-055)의 흡입 제형이 중국 CDE(Center for Drug Evaluation,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 산하 의약품 평가 센터)로부터 IND(Investigational New Drug, 임상시험계획 승인)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승인으로 직접 폐에 투여하는 방식의 임상 1상 연구가 가능해졌다. 연구는 총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 번째는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방식의 SAD(Single-Ascending-Dose, 단회 투여 용량 증량 시험) 및 MAD(Multiple-Ascending-Dose, 반복 투여 용량 증량 시험) 연구다. 두 번째는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원인 불명으로 폐가 딱딱하게 굳는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무작위, 오픈 라벨 방식의 다회 투여 평가다. 전체 대상자는 약 80명으로 구성된다.

경구 투여에서 직접 흡입으로의 전환

이전의 연구 단계에서는 Rentosertib를 입으로 복용하는 경구 투여 방식으로 진행했다. 당시 진행된 임상 2a상 연구에서 용량 의존적인 효능 신호와 양호한 내약성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된 흡입 솔루션은 약물을 폐에 직접 노출시켜 작용 시점을 앞당기고, 더 낮은 용량에서도 높은 국소 생체 이용률(Bioavailability, 약물이 혈류나 표적 조직에 도달하는 비율)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약물이 전신으로 퍼지며 발생하는 전신 노출을 줄여 부작용 가능성을 낮추는 전략이다. 특히 Rentosertib는 TNIK(TRIB3-interacting kinase, 세포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단백질) 억제제로서, AI가 설계한 소분자 화합물이 특정 장기에 최적화된 전달 경로를 가질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사례가 된다.

연구팀이 이번 성과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단순한 약물 효능이 아니라 프로세스의 재현성이다. Rentosertib는 Insilico Medicine의 Pharma.AI(AI 기반 신약 발굴 및 개발 플랫폼)를 통해 발견되었으며, 이번 IND 승인은 해당 파이프라인에서 13번째로 임상 승인을 받은 사례다. AI가 우연히 하나의 후보 물질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일관된 워크플로우를 통해 지속적으로 임상 단계의 물질을 배출할 수 있다는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개발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AI의 역할이 단순히 분자 구조를 제안하는 수준을 넘어, 제형 설계와 투여 경로 최적화라는 약물 전달 공학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AI의 역할이 분자 구조 설계를 넘어 약물 전달 경로의 최적화라는 공학적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