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유전자를 수정하는 작업은 마치 복잡한 도서관에서 특정 페이지의 오타를 찾아내 수정하는 일과 같다. 최근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는 단순히 오타를 고치는 수준을 넘어, 유전자의 발현 자체를 조절하거나 DNA 구조를 영구적으로 바꾸지 않고도 질병의 원인을 차단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주, 유전자 편집 기술 기업인 Scribe Therapeutics(유전자 편집 플랫폼을 개발하는 생명공학 기업)가 다가오는 5월 학회에서 자사의 최신 연구 성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ASGCT와 EAS 학회에서 공개될 기술적 진보

Scribe Therapeutics는 2026년 5월 11일부터 15일까지 보스턴에서 열리는 ASGCT(미국 유전자 세포 치료 학회) 연례 회의와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아테네에서 열리는 EAS(유럽 동맥경화 학회) 총회에 참가한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 기술이다. 첫째는 ELXR(유전자 발현을 장기적으로 억제하는 후성유전학적 도구)이며, 둘째는 XE(유전자를 정밀하게 편집하는 효소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DeepXE(AI를 활용해 유전자 편집의 효율을 예측하는 설계 플랫폼)가 소개된다. 특히 DeepXE는 인공지능을 통해 유전자 가위가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할지 미리 예측함으로써, 실험의 성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5월 11일과 15일에 걸쳐 구두 발표와 워크숍을 통해 해당 기술의 구체적인 작동 원리와 효능을 설명할 예정이다.

DNA 손상 없는 새로운 치료제 STX-1150

예전에는 유전자 치료라고 하면 DNA의 이중 나선을 물리적으로 절단하여 영구적인 변화를 주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제는 DNA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도 유전자의 스위치를 끄는 방식이 등장했다. 이번 학회에서 공개될 STX-1150(간을 표적으로 하여 콜레스테롤 조절 유전자인 PCSK9을 억제하는 치료제)이 바로 그 사례다. 이 치료제는 DNA의 염기 서열을 영구적으로 바꾸지 않으면서도,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효과를 보인다. 쉽게 말하면, 유전자라는 설계도를 찢어버리는 대신,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스위치만 잠시 내려놓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다. Scribe Therapeutics는 이번 발표를 통해 단 한 번의 투여만으로도 지속적인 콜레스테롤 조절이 가능하다는 전임상 데이터를 제시할 계획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정밀해질수록 치료의 안전성과 효율성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Scribe Therapeutics는 제니퍼 다우드나(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척한 노벨상 수상자)가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현재 사노피(글로벌 제약사) 및 일라이 릴리(글로벌 제약사)와 전략적 협업을 진행하며 심장 대사 질환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데이터 공개는 유전자 편집이 단순한 실험실 수준의 연구를 넘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