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Gemin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자동화
AI가 내 일자리를 뺏거나 뇌를 망가뜨릴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크지만, 정작 일상에서 체감하는 AI의 유용함은 어느 정도일까? Apple은 Google Gemini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자동화 기능을 탑재한 Siri AI를 공개했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의 가장 깊은 곳, 즉 뼈대(spine)에 해당하는 핵심 부분에 새로운 자동화 기능을 직접 내장했다는 점이다. Apple은 이번 발표를 지금까지 자사가 진행한 AI 출시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정의하며,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시스템 전반의 자동화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Siri AI의 기능들이 즉시 시장에 풀려 모든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버전의 Siri AI는 즉시 출시되지 않고, 올해 후반에 베타 형태로 소비자에게 제공될 계획이다. 정식 출시 전 베타 버전을 통해 실제 사용 환경에서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는 하드웨어 제조사가 모든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외부 파트너십을 통한 OS 수준의 통합으로 비용을 최적화하고 실행 속도를 높이는 방식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온스크린 인식 및 Google Gemini를 활용한 실시간 웹
이메일 수십 통을 일일이 뒤져 과거의 약속 장소나 예약 번호를 찾던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Siri AI는 사용자의 인박스나 메시지 기록 깊숙이 묻혀 있어 찾기 힘들었던 정보를 스스로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제안을 화면에 띄운다. 현재 사용자가 보고 있는 화면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 맥락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온스크린 인식(onscreen awareness) 기능도 갖췄다. 여기에 Gemini를 결합해 웹상의 최신 정보를 지연 없이 거의 즉각적으로 수집해 기기로 전달하는 경로를 구축했다. OS 수준에서 데이터 접근 권한을 가진 AI가 정보 탐색의 단계를 줄여 사용자 편의를 높인 결과다.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피하면서 고성능 AI 기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다른 테크 거인들이 누적 9,000억 달러를 투입하며 설비 경쟁을 벌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Apple은 올해 약 140억 달러의 설비투자(capex, 자본 지출)를 계획하고 있다. 자체 모델 개발에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대신 OS 통합과 외부 파트너십을 통해 비용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막대한 자본 투입 없이도 기존 기기 판매 수익 구조를 유지하며 최신 AI 기능을 추가한 구조다.
확인해야 할 핵심 지점
사용자는 왜 굳이 개별 AI 앱을 찾아 설치하고 실행할까? Apple이 운영체제(OS) 수준에서 AI 기능을 내장하면 사용자가 AI에 도달하는 물리적 경로가 바뀐다. 기존 AI 서비스들은 사용자가 App Store에서 앱을 내려받고 아이콘을 클릭해 실행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접점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OS 레벨의 통합은 이러한 앱 진입 단계를 생략하고 시스템 전체에서 AI를 즉각 호출하게 만든다. 자체 앱을 통해 사용자에게 접근해야만 했던 경쟁사들이 가졌던 배포상의 이점이 실질적으로 위협받는 지점이다.
수익 창출 방식은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다. Apple은 App Store(앱스토어, 애플의 앱 유통 플랫폼)를 이용하는 AI 기업들로부터 수수료를 부과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AI 산업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수많은 기업이 App Store를 서비스 배포 플랫폼으로 활용했고, 여기서 발생하는 일종의 세금이 Apple의 직접적인 매출원으로 이어졌다. 이는 Apple이 자체적인 AI 모델 개발에 투자하는 비용 외에도, 타사 AI 앱들의 유통망을 통제하며 수익을 얻는 구조를 갖췄음을 보여준다. OS 통합 AI의 배포는 이러한 수수료 수익과 유통 통제권을 동시에 강화하는 장치가 된다.
AI가 일자리를 뺏거나 뇌를 망가뜨릴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지만, 애플은 이를 OS 수준의 실용성으로 대응한다. 제미나이 파트너십을 통해 구현한 온스크린 인식과 텍스트 이력 딥서치는 AI를 개별 앱이 아닌 기기 작동 방식 그 자체로 편입시킨 결과다.
이제 핵심은 하드웨어 제조사가 모델 직접 개발 대신 파트너십을 통한 OS 통합으로 비용을 최적화하는 방식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느냐에 있다. 결국 AI 경쟁의 승패는 모델의 체급이 아니라 OS 통합의 밀도로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