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정해진 선택지 안에서만 움직이던 게임 속 주인공이 갑자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존의 역할 수행 게임(RPG)은 개발자가 미리 작성한 대본과 분기점에 의존해 왔으나,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해 대본 없는 서사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번 주 AI 게임 개발사 Latitude(AI 기반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을 만드는 기업)가 공개한 Voyage(사용자가 AI로 자신만의 게임 세계를 설계하는 플랫폼)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AI로 설계하는 게임 세계와 월드 엔진
Voyage는 사용자가 직접 게임의 배경, 도시, 퀘스트, 악당 등을 설정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게임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핵심 기술인 World Engine(5년간 개발된 게임 내 행동, 캐릭터, 객체 상태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단순한 텍스트 생성을 넘어 캐릭터 간의 관계와 과거 상호작용을 기억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특정 캐릭터를 배신하면, 해당 캐릭터는 이후 만남에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플레이어를 피하는 등 고유한 성격을 유지한다. 플레이어는 고블린과 싸우는 대신 고블린의 상담사가 되어 갈등을 해결하는 등 기존 게임 문법을 벗어난 독특한 시나리오를 경험할 수 있다.
기존 AI Dungeon과의 차이점
예전에는 Latitude가 2019년 출시한 AI Dungeon(AI가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생성하는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처럼 단일 모델 기반의 자유로운 서사 생성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결정론적 시스템과 게임적 요소가 결합된 형태로 진화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레벨업 시스템, 능력치, 전투 도전 과제 등 게임으로서의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었다. 특히 보스를 처치하거나 퀘스트를 완료하면 Counterspell(적의 마법 사용을 차단하는 기술)과 같은 특수 능력을 얻는 등 정통 테이블탑 게임의 재미 요소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초기 테스터들은 16만 개 이상의 고유한 AI 캐릭터와 상호작용했으며, 플레이어당 평균 3천 건 이상의 게임 내 선택을 수행했다.
Google과의 협력 및 향후 서비스 계획
개발팀이 공개한 파트너십과 기술 스택을 보면 이번 플랫폼의 지향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Latitude는 Google의 AI Futures Fund(AI 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투자 펀드)와 협력하며, 자체 모델 외에도 Google의 Gemini Flash(이미지 생성에 특화된 경량 모델)와 Gemma(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처리를 위한 오픈 모델)를 플랫폼에 통합했다. 현재 Voyage는 확장된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연내 오픈 베타를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무료로 제공되지만, 향후 월 15달러, 30달러, 50달러의 구독 요금제를 도입하여 고급 AI 기능과 행동 제한 해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게임의 완성도는 이제 개발자의 대본이 아니라, AI가 얼마나 정교하게 세계의 규칙을 이해하고 기억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