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Google Cloud Next, 구글의 연례 클라우드 컨퍼런스) 현장이 술렁였다. 순다르 피차이 CEO가 영상에 등장해 Gemini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Gemini Enterprise Agent Platform)이라는 거대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챗봇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기업 전체의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는 에이전트 생태계가 드디어 본격적인 전쟁터가 되었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기업이 AI를 도입할 때 겪는 가장 고질적인 갈등 구조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커뮤니티의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Gemini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의 구성과 지원 모델

구글이 공개한 Gemini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은 대규모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데 최적화된 도구다. 이는 아마존의 Bedrock AgentCore(아마존의 에이전트 구축 프레임워크)와 마이크로소프트의 Foundry(마이크로소프트의 AI 개발 플랫폼)에 대응하는 전략적 제품이다. 구글은 사용자를 두 그룹으로 명확히 나누어 접근했다. 기술적인 구현과 보안 관리를 담당하는 IT 및 기술팀은 Gemini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을 통해 에이전트의 뼈대를 설계하고 관리한다. 반면 일반 비즈니스 사용자는 지난 가을 출시된 Gemini 엔터프라이즈 앱(Gemini Enterprise app)을 통해 IT 팀이 구축한 에이전트를 활용한다. 비즈니스 사용자는 이 앱 내에서 회의 일정 예약,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작동하는 트리거 기반 프로세스 수행, 반복적인 업무를 줄여주는 단축키 생성, 그리고 여러 앱을 오가지 않고도 파일을 생성하고 편집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지원하는 모델 라인업은 매우 개방적이다. 구글의 Gemini LLM(거대언어모델)과 Nano Banana 2(이미지 생성 모델)는 물론이고 Anthropic의 Claude 모델 전체를 지원한다. 여기에는 Claude Opus, Sonnet, Haiku는 물론 지난주 출시된 최신 모델인 Opus 4.7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사용자가 작업의 복잡도와 비용에 따라 플래그십 모델부터 저비용 모델까지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기술팀과 현업의 분리라는 전략적 선택

이번 발표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구글이 굳이 도구를 두 개로 쪼갰다는 점이다. 최근의 AI 트렌드가 누구나 쉽게 만드는 노코드(No-code, 코딩 없이 만드는 방식)를 지향하며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과 정반대 행보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기업용 AI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보안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한다. 기업의 IT 팀은 보안 사고에 민감하며 현업 사용자가 회사 승인 없이 아무 모델이나 가져다 쓰는 섀도우 AI(Shadow AI, 회사 몰래 사용하는 AI 도구) 현상을 극도로 경계한다. 구글은 플랫폼 권한을 IT 팀에 쥐여줌으로써 보안 가이드라인과 거버넌스를 먼저 세우고 그 위에서 비즈니스 사용자가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통제된 환경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기술팀에게는 통제권을, 현업 사용자에게는 편의성을 제공해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계산이다. 또한 자사 모델만 고집하지 않고 Anthropic의 Claude를 전면 수용한 점이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구글이 개별 모델의 성능 경쟁보다 에이전트라는 생태계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어떤 모델을 쓰든 결국 구글의 플랫폼 위에서 구동되게 만들겠다는 플랫폼 전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특히 최신 모델인 Opus 4.7을 즉각적으로 통합한 것은 기업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자존심보다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제 AI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기업의 복잡한 보안 체계 속에 AI를 가장 매끄럽게 이식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