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개의 탭을 띄워놓고 구글 문서의 내용을 복사해 회사 고객 관리 시스템에 붙여넣는 업무를 반복하고 있다. 옆 탭에서는 경쟁사 제품의 가격을 확인하고 다시 내부 보고서에 옮겨 적는다. 단순 반복이지만 실수 하나에 식은땀이 흐르는 이 지루한 과정이 매일의 일상이다.
제미나이 기반 자동 브라우징과 기업용 보안 강화
구글은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Google Cloud Next, 구글의 연례 클라우드 컨퍼런스)에서 기업용 크롬 사용자를 위한 자동 브라우징(auto browse) 에이전트 기능을 발표했다. 이 기능은 Gemini(제미나이)가 현재 브라우저에 열려 있는 탭들의 맥락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웹 기반의 다양한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구글 문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CRM(고객 관계 관리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거나, 여러 탭에 흩어진 공급업체의 가격을 비교하고, 면접 전 후보자의 포트폴리오를 요약하며, 경쟁사 제품 페이지에서 핵심 데이터를 추출하는 일이 가능하다. 다만 모든 과정에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AI의 결과물을 사람이 최종 확인하는 단계) 원칙이 적용되어, 사용자가 AI의 입력을 수동으로 검토하고 승인해야 최종 작업이 완료된다.
이 기능은 우선 미국 내 Workspace(구글의 협업 도구 모음) 사용자부터 제공된다. 기업의 프롬프트(AI에게 내리는 지시어)는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지 않으며, 관리자는 정책 설정을 통해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사용자는 자주 쓰는 작업 흐름을 스킬(Skills)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할 수 있으며, 슬래시(/) 기호를 입력하거나 플러스(+) 버튼을 눌러 즉시 불러올 수 있다.
보안 측면에서는 크롬 엔터프라이즈 프리미엄(Chrome Enterprise Premium, 기업용 크롬 유료 보안 버전)을 통해 승인되지 않은 AI 도구의 사용을 감지하는 기능을 확대했다. 특히 섀도우 IT(Shadow IT, 회사의 허가 없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리스크 탐지 기능을 통해 IT 팀이 조직 내에서 사용되는 생성형 AI와 SaaS(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이트의 이용 현황을 가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Okta(신원 및 액세스 관리 솔루션)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세션 하이재킹(session hijacking, 로그인 세션을 가로채는 공격) 방지 기능을 추가하고, MIP(마이크로소프트의 정보 보호 솔루션) 통합을 통해 일관된 보안 정책을 적용한다.
단순한 챗봇을 넘어 웹을 직접 조작하는 실행 엔진으로
지금까지의 AI가 채팅창 안에서 답을 주는 비서였다면, 이번 업데이트는 브라우저라는 도구 자체를 조작하는 대리인으로 진화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쉽게 말하면 기존 AI가 요리법을 알려주는 가이드였다면, 이제는 직접 주방에 들어가 재료를 손질하고 냄비를 올리는 조리사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사용자는 더 이상 탭과 탭 사이를 오가며 데이터를 옮기는 단순 노동에 시간을 쓰지 않고, AI가 정리해온 결과물을 검토하는 전략적 판단에만 집중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구글이 보안 기능을 앞세워 다른 AI 에이전트의 진입 장벽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섀도우 IT 탐지라는 명목으로 기업 내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타사 AI 도구들을 IT 관리자가 한눈에 파악하고 차단할 수 있게 만들었다. 비유하자면 회사 정문에 보안 요원을 배치해 구글이 인증한 AI 외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성벽을 쌓는 것과 같다. 과거 클라우드 저장소나 협업 문서 도구가 직원들의 자발적인 사용으로 기업에 침투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관리자의 통제권 안에서 AI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전략이다.
결국 구글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직장인이 사용하는 크롬 브라우저라는 강력한 접점을 활용해,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관장하는 운영체제가 되길 원하고 있다.
이제 브라우저는 단순한 정보 창구가 아니라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실행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