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바이오 벤처들의 개발 로그와 커뮤니티에서는 공통적인 불만이 터져 나온다. AI가 단백질 구조를 뚝딱 그려내며 후보 물질을 수천 개나 쏟아내는데, 정작 이걸 실험실에서 실제로 검증할 손길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설계도는 순식간에 수만 장이 그려지는데 정작 집을 지을 인부와 검수관이 없어 공사가 중단된 상황과 같다.
10x Science의 480만 달러 투자와 질량 분석 자동화
이런 병목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10x Science(신약 후보 물질의 특성을 분석하는 스타트업)가 2025년 12월 설립 이후 48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Initialized Capital이 주도했으며 Y Combinator(초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Civilization Ventures, Founder Factor가 함께 참여했다. 창업진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노벨상 수상자 캐롤린 버토지 교수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한 데이비드 로버츠, 앤드류 라이터라는 생화학 전문가와 컴퓨터 과학 및 AI 모델 전문가인 비슈누 테자스로 구성되었다.
이들이 집중하는 지점은 질량 분석법(전기장 내에서 분자의 질량을 측정해 원자 구조를 알아내는 기술)이다. 생물학적 제제 신약을 개발할 때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머크가 판매하는 키트루다(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면역항암제)처럼 특정 세포만을 타격하도록 설계된 약물을 만들려면 분자 수준의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질량 분석법으로 생성되는 데이터는 매우 복잡해서 이를 해석하는 데 상당한 전문 지식과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로 Rilas Technologies(화학 분석 대행 서비스 기업)의 과학자 매튜 크로포드는 10x Science의 플랫폼을 수 주간 사용한 뒤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단백질 파일을 입력했을 때 AI가 파일 이름만으로 해당 단백질이 무엇인지 추론하고, 스스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단백질 서열을 찾아내 분석을 완료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사용자가 일일이 서열을 프로그래밍해 넣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예측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검증의 병목 현상
지금까지의 AI 신약 개발은 Google의 알파폴드처럼 구조를 예측하는 툴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측 툴이 아무리 훌륭해도 결국 실제 약으로 만들려면 모든 후보 물질이 특성 분석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10x Science는 이 좁은 문을 넓히기 위해 결정론적 알고리즘(입력값이 같으면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는 계산 방식)과 AI 에이전트(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도구를 사용해 과업을 수행하는 AI)를 결합했다.
단순히 결과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분석 과정의 추적 가능성을 확보한 점이 핵심이다. 이는 제약 회사가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AI 툴들이 정확도 문제로 과장된 약속만 늘어놓았다면, 이 플랫폼은 도메인 전문가들이 설계한 논리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정을 세워 데이터를 해석한다.
비즈니스 모델의 관점에서도 영리하다. 대부분의 바이오 스타트업이 특정 신약 후보 물질의 임상 성공 여부에 회사의 운명을 거는 고위험 전략을 취하는 반면, 10x Science는 SaaS(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 형태로 플랫폼을 제공한다. 제약 회사는 후보 물질을 검증할 때마다 매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특정 약이 시장에서 성공하느냐와 상관없이 검증 과정 자체가 필수적이라면 이 플랫폼의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현장의 연구자들에게 이 도구는 복잡한 질량 분석의 늪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탈출구와 같다. 매튜 크로포드는 많은 연구 그룹이 신약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질량 분석이라는 거대한 문제 덩어리를 마주하면 거기서 시간을 다 허비한다고 지적했다. 10x Science의 소프트웨어는 그 복잡한 과정을 닫아두고 연구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답만 빠르게 제공함으로써 다음 연구 단계로 즉시 넘어갈 수 있게 만든다.
이제 AI 신약 개발의 승부처는 얼마나 많이 설계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검증하느냐로 옮겨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