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보세요. 내가 원하는 문장을 입력하기만 하면 영화 같은 멋진 영상이 뚝딱 만들어지는 마법의 기계가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이 기계가 보여주는 놀라운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누구나 이 마법을 써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마법 기계를 만든 핵심 과학자들이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의아해했습니다. 세상이 다 주목하는 멋진 기술을 만들었는데 왜 정작 만든 사람들은 떠나는 것일까요.
이 사건의 중심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돈과 꿈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단순히 사람이 싫어서 떠난 것이 아니라, 회사가 가고자 하는 길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OpenAI의 핵심 인재들이 갑자기 짐을 싼 이유
OpenAI에서 가장 야심 차게 준비했던 프로젝트를 이끌던 두 명의 핵심 인물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과학 연구 부문을 이끌었던 케빈 웨일과 Sora(글자를 쓰면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AI 도구)를 만든 연구원 빌 피블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두 사람은 지난 금요일에 함께 회사를 떠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떠난 이유는 OpenAI가 이제는 곁가지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사이드 퀘스트를 줄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Sora입니다. Sora는 정말 놀라운 도구였지만, 이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실제로 Sora를 돌리는 데 필요한 컴퓨터 자원 비용은 하루에 약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억 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매일 엄청난 돈이 사라지고 있었기에 OpenAI는 지난달에 결국 Sora의 운영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과학 연구를 돕던 팀의 운명도 비슷했습니다. 케빈 웨일이 이끌던 OpenAI for Science(과학적 발견을 빠르게 도와주는 AI 팀)는 Prism(과학 연구를 가속화하는 AI 플랫폼)이라는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팀은 이제 다른 연구 팀으로 흡수되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팀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케빈 웨일은 과거에 GPT-5가 수학계의 어려운 난제인 에르되시 문제 10개를 풀었다고 주장했다가, 실제 수학자에게 틀렸다는 지적을 받고 글을 지운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떠나기 직전까지도 생명 과학 연구와 약을 만드는 것을 돕는 GPT-Rosalind(생명 과학 특화 AI 모델)라는 새로운 모델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담당하던 최고 기술 책임자인 스리니바스 나라야난까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핵심 인재들이 회사를 나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실험실의 꿈과 회사의 돈 벌기 사이의 갈등
그렇다면 OpenAI는 왜 이렇게 많은 인재와 프로젝트를 포기하면서까지 방향을 바꾼 것일까요. 그 답은 바로 기업용 AI와 슈퍼앱(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로 합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만능 앱)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OpenAI는 AGI(사람처럼 모든 지적인 일을 다 할 수 있는 인공지능)라는 거대한 꿈을 향해 이것저것 실험해 왔습니다. 영상도 만들어보고 과학 문제도 풀어보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실제로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입니다.
회사들이 업무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Enterprise AI(회사들이 돈을 벌거나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쓰는 AI)를 만들고, 이를 하나의 만능 앱으로 묶어 제공하는 것이 현재 OpenAI의 최우선 목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신기한 마술 쇼를 보여주는 것보다, 실제로 쓸모 있는 도구를 파는 회사가 되겠다는 전략입니다.
여기서 개발자들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Sora를 만든 빌 피블스는 연구소라는 곳은 원래 이것저것 자유롭게 시도하는 무질서함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이를 엔트로피(자유롭게 이것저것 시도하는 무질서함)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정해진 길, 즉 돈을 버는 메인 도로만 따라가라고 강요한다면 창의적인 연구는 불가능해집니다. 빌 피블스는 Sora가 업계에 영상 AI라는 큰 불을 지폈지만, 정작 그런 혁신적인 연구는 회사의 정해진 계획표 밖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번 인재들의 퇴사는 꿈을 꾸는 연구자와 돈을 벌어야 하는 경영자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충돌이었습니다. 하루에 13억 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며 미래를 탐험하기보다, 당장 기업들이 돈을 내고 쓸 수 있는 슈퍼앱을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제 OpenAI는 신비로운 탐험가의 옷을 벗고 효율적인 사업가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