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스토어의 신규 앱 등록 창이 쉴 새 없이 갱신된다. 평소라면 며칠에 한 번 보였을 생소한 유틸리티 앱들이 매시간 쏟아진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고 앱을 출시했다는 인증글이 빠르게 퍼진다.

2026년 1분기 앱 출시량 60% 증가

시장 조사 기관 Appfigures(앱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의 분석 결과 2026년 1분기 전 세계 앱 출시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Apple의 App Store만 놓고 보면 증가 폭은 80%로 더 가파르다. 2026년 4월의 수치는 더 극적이다. 전체 스토어 출시량은 전년 대비 104% 증가했으며 iOS 기준으로는 89% 늘었다.

카테고리별 지형 변화도 뚜렷하다. 모바일 게임이 여전히 출시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 앱이 올해 처음으로 5위권에 진입했다. 유틸리티(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 앱) 카테고리는 2위로 올라섰다. 라이프스타일 앱은 지난해 5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헬스 및 피트니스 앱이 5위권의 마지막을 채웠다.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Claude Code(코드를 자동으로 작성하고 수정하는 AI 도구)와 Replit(브라우저에서 바로 코딩하고 배포하는 플랫폼) 같은 AI 기반 도구가 있다. Apple은 2024년 기준 낚시성 광고 앱 17,000개를 삭제했고 스팸이나 복제 앱 320,000개를 거절했다. 사기 의심 앱 37,000개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최근 Freecash(보상형 리워드 앱)가 규정 위반으로 삭제되기 전까지 수개월간 상위 5위에 머물렀다. Ledger Live(가상자산 지갑 관리 앱)를 복제한 악성 앱은 사용자로부터 950만 달러를 탈취했다.

AI 에이전트의 위협에서 개발 민주화의 포석으로

업계는 AI 챗봇과 에이전트(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AI)가 앱의 시대를 끝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용자가 개별 앱을 실행하는 대신 AI에게 명령만 내리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논리였다. 스마트 글래스나 앰비언트 컴퓨팅(주변 환경에 녹아들어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컴퓨팅) 기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었다. OpenAI 역시 조니 아이브와 함께 AI 전용 하드웨어 개발에 착수하며 앱 중심의 생태계를 넘어서려 했다.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AI는 앱을 죽이는 도구가 아니라 앱을 만드는 비용을 제로로 만드는 도구가 되었다. 기술적 숙련도가 없는 아이디어 소유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개발 민주화가 일어났다. 정밀한 설계보다 대화와 느낌으로 코딩하는 Vibe Coding(직관적인 지시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구현하는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앱 출시의 병목 현상이 사라졌다.

이제 시장의 핵심 변수는 개발 능력이 아니라 큐레이션 역량으로 이동한다.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저품질 앱과 악성 앱이 섞여 들어오는 속도가 플랫폼의 검수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Apple이 겪고 있는 검수 실패 사례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급증하는 공급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다.

AI는 앱의 종말이 아니라 앱의 생산 단가를 파괴해 유통 전쟁의 시대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