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하나도 팔지 않은 회사가 수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통은 제품을 만들어 성능을 증명해야 돈을 투자받는다. 하지만 지금의 인공지능 시장에서는 순서가 바뀌었다. 무엇이 투자자들을 움직이게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Upscale AI, 7개월 만에 기업 가치 2조 원 기록
Upscale AI(인공지능이 잘 작동하도록 돕는 기초 시설을 만드는 회사)가 세 번째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 매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약 1억 8천만 달러에서 2억 달러 사이의 돈을 모으려 한다. 우리 돈으로 약 2천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전체 가치는 약 2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한화로 약 2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수치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가 세상에 나온 지 겨우 7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전 기록을 보면 성장 속도가 더 명확하다. 작년 9월 시드 라운드(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 받는 아주 초기 투자금)에서 1억 달러를 받았고, 올해 1월 시리즈 A(회사가 처음으로 큰돈을 투자받는 단계)에서 2억 달러를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았다.
제품 없는 회사가 2조 원의 가치를 갖는 이유
가장 이상한 점은 Upscale AI가 아직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제품의 성능이나 매출을 보여줘야 하지만, 이 회사는 설계도와 방향성만으로 투자를 이끌어냈다.
반면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맞춤형 칩(특정 목적에 맞게 특별히 설계한 컴퓨터 뇌)과 인프라(전기나 도로처럼 무언가를 작동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 시설)다. 인공지능이 커질수록 이를 처리할 전용 칩과 칩끼리 빠르게 대화하게 만드는 기술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사는 풀스택 솔루션(부품부터 완성품까지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과 오픈 표준(누구나 똑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해놓은 공통 규칙)을 내세운다. 칩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칩이 돌아가는 환경 전체를 직접 설계하겠다는 계산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현재의 제품이 아니라 미래의 인공지능 도로망을 선점하려는 가능성에 돈을 걸었다.
인공지능 시장의 빠른 가치 상승과 위험
이런 현상은 최근 인공지능 업계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보다 기업의 몸값이 올라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하지만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가치만 오르는 것은 위험 요소가 된다. 기대감이 실제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거품이 한꺼번에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돈이 몰리는 이유는 다음 세대의 핵심 기술을 놓치지 않겠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하드웨어 주도권을 잡는 쪽이 시장 전체를 지배할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이제는 완성된 서비스보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초 설계 능력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다. 실질적인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숫자로 된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