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의 운영 팀장이 며칠 만에 내부 관리 도구 프로토타입을 완성해 팀원들에게 공유한다. 과거라면 IT 부서에 요청하고 수개월을 기다려야 했을 작업이다. 이제는 코딩 지식이 부족한 실무자가 직접 툴을 만드는 장면이 일상이 됐다.

Retool 보고서가 드러낸 구축 비용의 제로화

Retool(기업용 내부 앱 구축 플랫폼)이 817명의 빌더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6 Build vs. Buy Shift Report(구축 대 구매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35%의 팀이 이미 하나 이상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툴을 커스텀 구축으로 대체했다. 응답자의 78%는 2026년에 더 많은 커스텀 툴을 만들 계획이라고 답했다.

대체 대상 중 가장 비중이 높은 분야는 워크플로우 자동화(35%)와 내부 관리 도구(33%)였다. 이어 BI(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데이터 분석 도구)(29%)와 CRM(고객 관계 관리 시스템)(25%) 순으로 나타났다.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State of AI in Business 보고서는 고객 서비스 및 문서 처리 작업에서 이러한 전환을 통해 연간 2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분석했다.

현장의 속도는 조직의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 빌더의 60%가 지난 1년간 IT 부서의 감독 없이 툴이나 자동화 워크플로우를 생성했다. 이 중 25%는 이러한 행위를 빈번하게 수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응답자의 64%가 시니어 매니저 이상의 고위 직급이라는 사실이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빌더의 51%가 실제 운영 환경에 소프트웨어를 배포했으며, 그중 절반은 주당 6시간 이상의 시간을 절약했다. 반면 Deloitte(딜로이트, 글로벌 컨설팅 기업)가 리더 3,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가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AI 최대 우려 사항으로 꼽았고, 거버넌스 역량은 46%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조직의 35%는 AI 생산성을 측정할 지표조차 없는 상태다.

기성 소프트웨어의 평균값과 기업 특수성의 충돌

소프트웨어 구축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며 구매의 경제적 논리가 무너졌다. 기존 SaaS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위해 평균적인 기능을 최적화한다. 하지만 기업의 내부 워크플로우는 조직 구조,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데이터 시스템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평균적인 기능은 결국 누구에게도 완벽하게 맞지 않는 옷이 된다.

기업들은 이제 Salesforce(영업 및 고객 관리 플랫폼) 같은 거대 시스템을 통째로 걷어내는 대신, 맞지 않는 부분만 정밀하게 도려내어 직접 구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세 번의 우회 경로가 필요했던 승인 절차나 실제 데이터와 연결되지 않던 대시보드를 커스텀 툴로 대체하는 식이다. 한 번의 성공 경험은 기업의 기본 질문을 무엇을 살 것인가에서 이것을 만들 수 있는가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섀도우 IT(정식 승인 없이 사용하는 IT 자원)의 확산은 기존 조달 프로세스의 실패를 의미한다. 시니어 매니저들이 프로세스보다 속도를 선택한 것은 IT 부서의 툴 제공 속도가 AI 시대의 구축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거버넌스 모델의 전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신호다.

결국 승부는 프로토타입을 넘어 실제 운영 환경으로 연결하는 거버넌스 역량에서 갈린다. 보안 검토와 권한 관리가 없는 툴은 보안 표면을 넓히는 리스크일 뿐이다. 반면 실제 데이터 소스와 연결되고 보안 모델이 신뢰받는 환경에서 구축된 툴은 기업의 실질적인 자산이 된다. 거버넌스를 구축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 기업만이 AI가 가져온 생산성 향상을 수치로 증명하고 통제할 수 있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느냐가 아니라, 내부의 구축 에너지를 어떻게 제도권 안에서 자산화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