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컴퓨터로 일을 할 때 인터넷 창을 열고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AI 비서들은 사람처럼 화면을 보고 클릭하는 방식이 서툴다. AI 비서가 더 똑똑하게 일하려면 화면이 아니라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가 필요하다. 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이 갑자기 자신들의 화면을 없애겠다고 말하는 것일까.
100개 이상의 도구를 공개한 Headless 360
Salesforce(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프로그램)가 Headless 360이라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시스템의 모든 기능을 API(프로그램끼리 서로 대화하는 규칙)나 MCP(AI가 여러 도구를 쉽게 쓰게 돕는 약속)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제 AI 비서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지 않고도 CLI(글자를 입력해 컴퓨터에 명령하는 창) 명령만으로 시스템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
이번 발표와 함께 개발자들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100개가 넘는 새로운 도구와 기술이 공개되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화면을 보고 데이터를 입력했다면 이제는 AI가 직접 시스템 내부로 들어가 일을 처리한다. 이는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더 이상 사람이 보는 화면에 갇혀 있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결국 소프트웨어의 정체성을 화면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화면 중심의 SaaS가 직면한 위기와 해결책
그동안 많은 기업이 SaaS(인터넷으로 빌려 쓰는 소프트웨어)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Anthropic이나 OpenAI 같은 곳에서 만든 강력한 AI 모델들이 나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AI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게 되자 굳이 복잡한 화면이 있는 CRM(고객 정보를 모아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냐는 의문이 생겼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관련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도 이런 불안감 때문이다.
반면 AI 비서에게는 화면보다 정확한 명령 체계가 더 중요하다. AI는 기본적으로 확률에 따라 답을 내놓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AI가 가끔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한 곳을 수정하면 전체 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Agent Script(AI에게 정확한 규칙을 알려주는 언어)다. 이 도구는 AI의 유연함은 유지하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딱딱하게 정해준다. 확률에 기대지 않고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이게 만들어 기업이 믿고 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개발 도구의 확장과 배포 방식의 변화
개발 환경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 개발자들은 Salesforce가 만든 IDE(프로그램 코드를 짜는 전용 메모장)에 갇힐 필요가 없다. Cursor(AI가 코딩을 도와주는 도구)나 Windsurf(AI 기반의 코드 편집기) 같은 외부 도구에서 바로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다. 또한 React(웹사이트 화면을 쉽고 빠르게 만드는 도구)와 GraphQL(필요한 데이터만 쏙쏙 골라 가져오는 방법)을 지원하여 화면을 만드는 자유도를 높였다.
배포 방식 역시 달라졌다. Agentforce Experience Layer(AI 기능을 여러 곳에 뿌려주는 층)를 통해 한 번 만든 기능을 Slack(업무용 채팅 도구)이나 Microsoft Teams(협업 도구), Gemini 등 다양한 곳에 동시에 적용할 수 있다. 사용자를 억지로 Salesforce 화면으로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이미 쓰고 있는 채팅창으로 AI 기능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Testing Center(AI가 잘 작동하는지 검사하는 곳)와 A/B Testing API(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써보고 더 좋은 것을 고르는 실험 도구)를 추가했다. AI 비서가 실제 업무에 투입되기 전 논리적 빈틈이 없는지 미리 확인하고 여러 버전을 비교해 최적의 성능을 찾아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개발자가 AI를 더 세밀하게 통제할 수 있는 관리 도구를 갖추게 된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중심이 사람이 보는 화면에서 AI가 사용하는 통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