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소송 종결과 1,100만 달러 시드 투자 유치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해결해야 할 가장 거대한 엔지니어링 난제 중 하나로 '로봇 손'의 구현을 꼽았다.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 프로그램에서 기술 리드(Technical Lead)를 역임했던 제이 리(Jay Li)는 이러한 정밀 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손 전문 스타트업 Proception(프로셉션)을 설립했다. 제이 리는 지난해 전 직장인 테슬라로부터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소송을 당했으나, 양측은 이번 달 초 합의에 도달하며 해당 소송을 최종적으로 종결했다.

Proception은 소송 리스크를 해소함과 동시에 퍼스트 라운드 캐피털(First Round Capital)이 주도하고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와 박스그룹(BoxGroup)이 참여한 시드 라운드에서 1,1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제이 리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로봇 손의 정밀도를 인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정밀 조작(Dextrous Manipulation)'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정밀 조작 기술 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기 어려운 다른 로봇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하드웨어 공급업체로 성장하는 것을 사업 목표로 설정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로봇 및 바이오시스템 센터의 케빈 린치(Kevin Lynch) 소장은 로봇 손이 인간처럼 기능하고 유용하게 쓰이기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제이 리는 데이터 수집 방식의 혁신을 통해 이 상용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테슬라와의 법적 분쟁 과정을 일종의 '회복탄력성 테스트'로 정의하며, 이러한 압박 속에서도 팀의 집중력을 유지한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텔레오퍼레이션 한계를 극복하는 센서 글러브 데이터 체계

현재 대다수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은 인간이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로봇의 시야를 공유하며 동작을 지시하는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 원격 제어) 방식으로 학습 데이터를 수집한다. 제이 리는 텔레오퍼레이션 방식이 로봇이 접촉하는 물체의 촉각 피드백을 인간 작업자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방식은 기업이 보유한 물리적인 로봇의 대수에 따라 데이터 수집 속도가 제한되는 확장성 문제를 안고 있다.

Proception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없이 인간의 움직임을 직접 캡처하는 '센서 글러브' 기반의 데이터 수집 체계를 도입했다. 인간 테스터가 센서가 내장된 장갑과 헤드셋을 착용하고 동작을 수행하면, 시스템은 로봇을 루프에 포함하지 않고도(without requiring a robot in the loop) 인간의 손 상호작용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추출한다. 이 체계는 물리적인 로봇 하드웨어의 수량에 구애받지 않고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스케일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제이 리는 센서 글러브를 통해 더 세밀하고 작업 특화된(task-specific)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로봇 손이 인간의 동작을 더욱 정확하게 모방하도록 학습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하드웨어 성능에만 집중하거나 확장 불가능한 데이터 수집 방식에 의존하는 기존 기업들과 달리, 고정밀 하드웨어와 확장 가능한 데이터 수집 체계를 동시에 구축하는 것이 정밀 조작 문제 해결의 핵심 조합이라고 정의했다.

22개 자유도 하드웨어 공급과 정밀 조작의 상용화

Proception이 개발한 고정밀 로봇 손은 22개의 자유도(Degrees of Freedom, 관절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손가락당 여러 개의 관절을 배치해 광범위한 정밀 동작을 수행한다. 특히 데이터 수집에 사용된 센서 글러브 기술을 로봇 손의 외피에 그대로 적용하여, 센서가 밀집된 '인공 피부' 형태의 하드웨어를 구현했다. 이 센서 피부는 로봇이 물체를 잡을 때 발생하는 압력과 접촉 정보를 정밀하게 감지하여 제어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Proception은 최근 연구자와 로봇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정밀 로봇 손(high-dexterity robotic hand)의 첫 번째 배치 물량을 출하하고 본격적인 주문 접수를 시작했다. 퍼스트 라운드의 파트너 빌 트렌차드(Bill Trenchard)는 정밀 조작 기술이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질적인 성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마지막 단계(last mile)'라고 정의하며, Proception의 하드웨어와 데이터 모델의 결합이 시장에서 가장 정교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정밀 하드웨어의 보급은 개별 기업들이 겪고 있는 정밀 조작 개발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학습 데이터의 표준화를 가속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정밀 조작 기술을 내재화하지 못한 기업들이 Proception의 표준화된 하드웨어를 채택하면, 동일한 물리적 규격 위에서 제어 모델의 학습 효율이 상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하드웨어 보급과 데이터 스케일링의 결합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이나 가정 등 실제 환경에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시점을 앞당기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