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의 자율성은 '기본값'이 아니라 '성과'로 획득한다
VB Transform 2026에서 타겟(Target)의 시본 맥피니(Siobhán Mc Feeney) SVP가 공개한 AI 전략의 핵심은 '획득형 자율성'이다. 타겟은 AI 에이전트에게 처음부터 권한을 주는 대신, 성과를 증명해야 단계적으로 권한을 넓히는 4단계 사다리 체계를 운영한다. 1단계인 '단순 관찰'에서 시작해 '행동 제안', '정의된 가드레일 내 실행', 그리고 인간이 개입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실행' 순으로 자율성을 부여한다. 기대 성능에 못 미치거나 모델 드리프트(Model Drift, 시간이 흐르며 모델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가 발생하면 부여된 자율성을 다시 회수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체계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이번 여름 롱비치 지역 3개 매장의 남성용 반바지 재고를 예측한 디지털 트윈(Digital-Twin, 가상 세계에 실제 사물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스템은 특정 매장 한 곳에 다른 매장보다 6~7배 많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분석가들은 처음에는 의구심을 가졌으나, 해당 매장이 다른 곳보다 해변에서 2마일 더 가깝다는 지리적 요인을 시스템이 찾아낸 결과였다. 결국 분석가들은 시스템의 추천을 수용했고, 해당 재고는 모두 판매됐다.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과정 또한 엄격한 등록 및 인증 절차를 거친다. 단순히 '에이전트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아니라,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나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가 필요한지, 아니면 단순한 도구(Tool)면 충분한지를 먼저 정의한다. 중복 작업을 막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솔루션이 있는지 확인하고 등록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며, 에이전트를 작동시키는 트리거(자동화, 엔지니어, 타이머 등)와 추적 경로(Lineage)를 설계 단계부터 확정한다.
모델 성능보다 '아키텍처와 거버넌스'에 집중하는 채택 흐름
타겟이 정의하는 AI의 해자는 최신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그 모델을 둘러싼 아키텍처, 분류 체계(Taxonomy), 데이터 거버넌스 층(Layer)이다. 맥피니 SVP는 모델 자체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에 불충분하다고 명시했다. 특히 프론티어 모델(Frontier Model, 최첨단 대규모 언어 모델)은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머천다이징 공급망 같은 복잡한 작업에는 탁월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사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작업의 성격에 맞는 모델의 '경사도(Gradient)'를 선택해 비용 대비 효율을 맞추는 전략을 취한다.
운영 단계에서의 관찰 가능성(Observability) 역시 단순한 응답 속도나 지연 시간(Latency) 측정에 그치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원래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상태는 어떠한지, 성능 궤적(Trajectory)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모두 측정한다. 이러한 투명성은 새벽 2시에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에이전트의 탄생부터 실행까지의 전체 경로를 추적해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결국 타겟의 AI 채택 흐름은 '무조건적인 도입'에서 '검증된 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에이전트를 원하지만 모든 문제에 에이전트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관점이다. 공급망, 보충, 수요 예측 등 핵심 시스템에 에이전트를 연결하되, 보안 가이드라인과 등록 절차라는 가드레일을 먼저 세워 빌더들이 속도를 내면서도 안전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 실무자가 주목해야 할 '빌더'의 역할 변화와 판단 기준
한국의 AI 실무자와 기업들이 타겟의 사례에서 참고할 지점은 에이전트 도입 전 '도구인가 에이전트인가'를 구분하는 판단 기준이다. 많은 기업이 LLM의 가능성에 매몰되어 단순 자동화 도구로 해결할 문제를 복잡한 에이전트 구조로 설계하는 경향이 있다. 타겟처럼 문제 정의 $
ightarrow$ 에이전트 유형 결정 $
ightarrow$ 등록 및 인증 $
ightarrow$ 자율성 단계 설정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도입하면, 무분별한 리소스 낭비를 줄이고 관리 가능한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엔지니어와 빌더의 역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빌더는 단순히 코드를 짜는 사람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구축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다시 그 에이전트를 관찰하는 인간 작업자를 코칭하는 다층적인 관리 역량이 요구된다. AI 시스템과 인간 작업자가 나란히 일하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맥락을 관리하는 것이 새로운 핵심 기술이 되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에이전트의 성능 평가 지표를 '런타임' 중심에서 '의도 달성률'과 '드리프트 측정'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율성을 단계적으로 부여하고 성과에 따라 회수하는 '권한 관리 체계'는 AI 도입 시 발생하는 리스크를 제어하면서도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운영 모델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