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에서 확인된 핵심 사실

챗봇이 작성한 정교한 코드는 완벽해 보이지만, 정작 로봇이 컵 하나를 옮기다 쏟는 일은 흔하다. 텍스트 생성에 능숙한 거대언어모델(LLM)이 물리적 환경의 법칙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데는 여전히 서툴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계의 언어적 유창함과 물리적 세계의 실행력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얀 르쿤(Yann LeCun)이 메타(Meta)를 떠나 공동 설립한 AMI Labs(AI 연구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스타트업은 지난 3월 10억 3천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대규모 자본을 확보했다. 투자 전 기업 가치(pre-money valuation)는 35억 달러로 책정됐다. 튜링상 수상자인 얀 르쿤의 참여로 초기부터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현재는 구체적인 제품 출시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은 제품 출시 전(pre-product) 단계다. 실제 제품이 나오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억 단위 달러의 투자가 이뤄진 점이 눈에 띈다.

알렉상드르 르브룬(Alexandre LeBrun) 최고경영자는 AGI(인공 일반 지능)나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내부적으로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인터뷰에서 초지능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으며, 이러한 단어들이 실제 기술 개발 과정에서 유용한 도구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유행에 따라 용어를 바꾸며 시장의 기대감을 조성하는 업계의 관행에 대해서도 강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월드 모델(world model)은 LLM과 상호 보완적인

텍스트로 정교한 계획을 짜는 AI라도 실제 컵을 기울였을 때 물이 쏟아질지 예측하는 일에는 서툴다. LLM(대규모 언어 모델,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AI)이 언어 처리에 효율적인 것과 달리, 월드 모델(world model)은 물리적 직관을 포착해 다음 상태를 예측한다. 두 기술은 서로를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한다. LLM이 텍스트 생성에 특화되었다면 월드 모델은 맥락과 실제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다음 단어를 예측해 문장을 생성하는 LLM의 작동 방식과 달리, 월드 모델은 물리 법칙을 결합해 환경의 변화를 읽는다. 컵이 기울어지면 내용물이 쏟아진다는 식의 물리적 상태 변화를 예측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챗봇 기능을 넘어 로보틱스나 제조, 헬스케어처럼 물리적 접점이 필수적인 산업에서 AI 도입 및 파트너십을 결정하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물리적 세계의 다음 상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지가 기술 도입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실험실 내부의 데이터만으로는 현실 세계의 변수를 모두 학습할 수 없다. AMI Labs의 CEO인 르브룬(LeBrun)은 월드 모델이 실험실 안에서 만들어질 수 없으며, 현실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실제 환경과 긴밀한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로봇과 칩, 공장이 밀집한 아시아 시장의 파트너를 찾는 이유도 실제 환경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직접 학습하는 과정이 월드 모델 구축의 필수 조건이다.

로봇 학습 데이터 병목을 겨냥한 해법

로봇이 정해진 경로만 따라가다 작은 장애물 하나에 멈춰 서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현재 로봇은 고정된 루틴만 수행하는 정적인 상태에 머물러 물리적 세계의 변수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AMI Labs는 로봇이 물리적 환경의 맥락을 인식하게 하는 월드 모델(물리적 세계의 다음 상태를 예측하는 AI)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주변 상황을 이해하는 AI가 도입되면, 가정이나 거리 같은 개방된 환경에서도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다. 특히 로봇을 집 밖이나 거리 같은 개방된 환경으로 내보낼 때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안전하게 작동하게 만드는 능력은 로봇의 실용성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차이가 된다.

로봇, 반도체, 제조 등 하드웨어 중심 산업이 발달한 한국은 AMI Labs가 협력을 희망하는 핵심 지역이다. 이 분야들은 1차 AI 물결이 거의 닿지 않았던 하드웨어 집약적 영역으로, 월드 모델이 적용될 실질적인 접점이 많다. AMI Labs는 한국이 25년 전 인터넷을 가장 빠르게 도입했던 특성을 주목하며 새로운 기술 수용 속도가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고도화된 산업 기반과 빠른 도입 속도가 결합된 환경은 물리적 세계를 예측하는 AI 기술을 빠르게 검증하고 확산시키기에 유리하다. 하드웨어 강국이라는 특성과 기술 수용 속도가 맞물려, 한국은 월드 모델의 상용화 가능성을 시험하고 확장하는 전략적 요충지가 된다.

LLM이 다음 단어를 예측하며 텍스트를 생성할 때, 월드 모델은 물리 법칙을 결합해 컵이 기울면 쏟아질 것이라는 다음 상태를 예측한다. 물리적 환경을 직접 제어해야 하는 로보틱스, 제조, 헬스케어 산업의 AI 도입 성패는 이제 언어 능력이 아닌 물리 세계의 예측 정확도에 달려 있다. 단순한 챗봇의 확장성이 아니라 실제 물리적 접점에서의 제어 능력이 파트너십을 결정하는 실질적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