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이 채용 공고 페이지를 연다. 모든 직무 요구사항에 AI 활용 능력이 필수 조건으로 적혀 있다. 지원자는 도구를 사용해 서류를 작성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 기술이 자신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공포를 느낀다.
최근 Gallup(미국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데이터에서 Gen Z(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AI 희망 지수는 18%를 기록했다. 작년 27%에서 9%p 하락한 수치다. 기술에 대해 흥분된다고 답한 비율 역시 작년 36%에서 올해 22%로 급감했다. AI의 위험성이 이점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Gen Z 노동자의 비율은 1년 사이 11%p 상승해 현재 약 50%에 육박한다.
사용 빈도는 오히려 높다. Harvard-Gallup(하버드대와 갤럽의 공동 연구) 조사에 따르면 미국 청년층의 74%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챗봇을 사용한다. 대학생의 절반 이상은 매주 과제에 AI를 활용한다. 하지만 응답자의 79%는 AI가 사람을 더 게으르게 만든다고 우려한다. 65%는 챗봇이 진정한 이해가 아닌 즉각적인 만족만을 추구하게 하며 비판적 사고를 방해한다고 답했다. 특히 AI로 업무 속도를 높이는 이들 중 80%는 이러한 방식이 미래의 실제 학습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인정했다.
AI 도입의 강제성과 시장의 괴리
과거의 기술 도입은 사용자의 편의성에 기반한 자발적 선택이었다. 이제는 대학과 기업이 주도하는 강제적 이식의 형태로 바뀌었다. 대학 행정처는 OpenAI, Anthropic(챗봇 클로드 개발사)과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AI를 커리큘럼에 통합한다. 컴퓨터 공학이나 엔지니어링 학과를 AI 전공으로 통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생들은 학습 도구가 아닌 생존 도구로서 AI를 강요받는다.
현장에서는 기술 혐오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로스앤젤레스의 미술 교사 메그 오부촌은 AI를 전혀 쓰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겠다고 선언했다. 급여가 낮더라도 인간관계와 기본적 소통 능력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클라우드 인프라(인터넷을 통해 서버나 저장소를 빌려 쓰는 환경)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샤론 프라이스타터는 데이터 센터의 환경 파괴와 윤리적 문제로 업계를 떠났다. 그녀는 현재 뉴욕에서 음식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며 앱 내 AI 기능을 모두 비활성화하고 사용한다.
생산성 도구에서 진입 장벽으로의 변모
실리콘밸리는 거대언어모델(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대화하는 AI) 기반의 챗봇을 불가피한 미래로 정의했다. 하지만 Gen Z에게 AI는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불투명한 필터로 작동한다.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AI 자동화 도구를 도입하면서 지원자의 서류를 임의로 걸러내기 시작했다. 구직자는 AI를 써서 지원서를 써야 하지만, 정작 그 지원서를 읽는 것은 사람이 아닌 AI인 모순에 빠졌다.
DAIR(분산 AI 연구소)의 알렉스 한나 연구소장은 학생들이 AI 하이프(과도한 기대감)에 매몰되는 방식이 강한 반발심을 부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용주들이 AI 활용 능력을 요구하자 대학이 이를 교육 과정에 억지로 끼워 넣는 구조다. 이는 기술에 대한 신뢰가 아닌, 도태되지 않기 위한 강박적 사용을 부추긴다. 생성형 AI(텍스트나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AI)가 쏟아내는 저질 콘텐츠인 AI 슬롭(AI Slop)에 노출된 세대는 기술의 효율성보다 사회적 직조의 파괴를 먼저 목격하고 있다.
사용자가 도구를 혐오하면서도 생존을 위해 써야만 하는 구조는 기술의 장기적 충성도를 갉아먹는 치명적인 포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