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AI for All' 전략을 발표하고 '전략적 앵커 고객'을 선언했다
기업 10곳 중 1곳만이 AI를 도입하는 현실은 기술 격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캐나다 정부는 이 수치를 바꾸기 위해 'AI for All'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가 직접 '전략적 앵커 고객(strategic anchor customer)'이 되어 시장을 견인하겠다는 선언이다.
구체적인 목표는 2034년까지 캐나다 기업의 AI 사용률을 6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캐나다 전체 기업의 AI 사용률은 약 12%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소규모 기업의 사용률은 8%로 더욱 저조하다. 정부는 공공 구매를 통해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민간 기업의 AI 도입을 실질적으로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공공 영역의 운용 현황은 정부의 선언과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온타리오 주 경찰(Ontario Provincial Police)은 2015년부터 팔란티어(Palantir)의 고담(Gotham, 데이터 융합 및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고담이 제공하는 데이터 융합 및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은 캐나다 정부가 이번 전략을 통해 반드시 자체적으로 소유해야 한다고 명시한 시스템의 성격과 정확히 일치한다.
자국 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적 목표와 실제 외산 솔루션에 의존하는 공공 구매의 현실이 충돌하고 있다.
확인해야 할 핵심 지점
비밀리에 서명한 계약서가 뒤늦게 드러났다. 캐나다 국방부는 2020년 3월 미국 기업 팔란티어(Palantir)와 계약을 체결했다. 체결 당시 초기 계약 규모는 1,440만 달러였다. 정부는 이 계약 내용을 외부에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십여 차례의 계약 수정이 이어졌다. 작년 10월까지 계약 가치는 약 4,440만 달러로 증가했다.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약 4,680만 달러에 달한다. 보수당 소속 국회의원이 정부의 AI 지출 내역을 추궁한 뒤에야 별도의 370만 달러 규모 국방 계약이 추가로 확인됐다. 자국 AI 주권을 표방하면서도 실제 핵심 인프라는 미국 기업의 제품을 비밀리에 구매해 해결한 셈이다.
예산 집행 내역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AI for All'(모두를 위한 AI) 전략은 유망 기업의 지분 확보를 위해 5억 달러를 배정했다. 컴퓨팅 파워 확보에는 7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한다. Trusted AI Certification(AI 신뢰성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술적 신뢰도를 검증한다. 보건 분야를 시작으로 하는 미션 프로그램도 함께 가동한다. 정부 주도의 AI 생태계 조성 과정에서 단순 보조금 지급보다 지분 투자와 인프라 확충이라는 실질적 구매 경로를 선택한 구조다.
투자금과 참여 투자자가 보여주는 신호
정부는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일에는 인색하다. 소규모 소버린 벤더(Sovereign vendor, 자국 기술 기반 공급업체)와 투명한 계약을 체결하는 일은 조달 시스템이 가장 느리게 작동하도록 설계된 지점이다. 정부는 직접 구매 대신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지분 투자, 혹은 인증 제도를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는 제품을 단순히 구매할 수 없거나 구매하지 않기로 했을 때 나타나는 우회 경로다. 조달 행정의 경직성이 공공 시장의 실질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동한다.
정부는 AI 미션 프로그램을 조달 속도가 가장 느린 보건 분야부터 적용했다. 보건 분야는 개인정보 보호 제약이 심하고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 행정 처리가 가장 더딘 곳이다. 공공 AI 구매의 실효성을 입증하려면 법원, 공공 안전, 국방 분야에서 시작했어야 한다. 이 영역들은 의사결정의 결과가 매우 중대하며 법적으로 감사 추적(Audit trail, 데이터 처리 과정을 기록해 검증하는 체계)이 의무화된 곳이다. 가장 까다로운 행정 구역을 선택한 결정이 AI 도입의 실효성 증명을 어렵게 만든다.
AI 주권을 내세운 국가들의 움직임은 거세다. 캐나다는 소버린 AI를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팔란티어 고담의 데이터 융합 기능을 구매했다. 실무적 의사결정 지원이라는 즉각적인 효용을 선택한 결과다.
정부 주도 생태계 조성에서 보조금은 보조 수단일 뿐이다. 투명한 공공 구매 체계가 기업의 실질적 성장을 결정한다. 이제 AI 전략의 진위는 예산 규모가 아닌 구매 품목에서 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