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지열 발전소 운영자는 지하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온도와 압력이 변하고, 유체 흐름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며, 예기치 않은 미세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주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조계춘 교수 팀이 구글의 '기초 과학 연구 지원 프로그램(Foundational Science Grant)'에 선정되면서, 이 보이지 않는 지하를 예측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KAIST-구글 협력, AI로 지열 저류층 리스크를 정량화하다

구글은 국내 과학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서울대 민기복 교수와 KAIST 조계춘 교수 팀을 지원 대상자로 선정했다. 조 교수의 지오시스템즈(Geosystems) 연구실은 지열에너지, 탄소 저장(CCUS,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 지하 유체 흐름 같은 복잡한 지중 시스템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지하 환경 거동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지열 저류층은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해 직접 관찰이 어렵고, 온도·압력·유체 흐름이 계속 변화한다. 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압 유체를 주입해 암반 내 미세 균열(fracture) 연결성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유발지진(induced seismicity)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지열에너지는 오랫동안 고위험 기술로 인식되어 왔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붙잡고 보던 작업이다. 이제는 AI가 물리 법칙까지 학습한다

전통적인 물리 기반 모델은 지하에서 열과 유체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정밀한 계산에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반면 딥러닝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해 복잡한 패턴을 찾아내는 데 강점이 있지만, 순수 AI만 사용하면 물리적으로 비현실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조 교수 연구팀은 이 두 가지 장점을 결합하는 '물리 기반 인공지능(Physics-informed AI)' 방식을 채택했다. AI가 단순히 데이터 패턴만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지하에서 열과 유체가 움직이는 물리 법칙까지 함께 고려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물리학은 '자연의 규칙을 이해하는 전문가', AI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는 전문가'다. 이 두 전문가가 협력해 보다 빠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지하 예측 시스템을 구축한다.

개발자가 바로 체감하는 변화는 계산 시간이다. 기존에는 실시간에 가까운 분석이 어려웠다

조 교수는 이번 지원을 통해 AI 기반 예측 모델과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의 결합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계산 비용과 시간 문제로 실시간 분석이 어려웠던 영역에서,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예측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팀이 개발하는 프레임워크는 지하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와 물리 기반 모델, AI 예측 기술을 함께 활용해 현재 상태를 분석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특정 구간에서 생산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AI 모델이 이를 조기에 감지하고 운영 조건 변화에 따른 영향을 예측한다. 운영자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시스템 안정성과 경제성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다. 조 교수는 "핵심은 지하의 불확실성을 관리 가능한 리스크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열에너지는 날씨와 시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안정적인 에너지원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기상 조건에 따라 출력 변동이 발생하는 반면, 지열은 24시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조 교수는 "지열 시스템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한국의 전력망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