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두산, 로봇·건설·에너지 아우르는 '물리적 AI' 협력
데이터센터의 서버 랙을 채우던 엔비디아 GPU가 이제는 실제 공장의 로봇 팔과 발전소 제어 시스템으로 들어간다. 엔비디아와 두산그룹은 물리적 AI(Physical AI), 로보틱스, AI 팩토리 인프라 전반에 걸쳐 협력을 확대한다. 엔비디아의 풀스택 가속 컴퓨팅 플랫폼과 두산의 산업 자동화, 발전, 첨단 전자 소재 역량을 결합해 차세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협력의 골자다.
협력 대상은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전자BG까지 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모두 포함한다. 양사는 NVIDIA DSX AI 팩토리 플랫폼과 NVIDIA MGX, 가속 컴퓨팅 플랫폼을 활용해 각 사업 영역에 최적화된 AI 시스템을 구현한다. 지능형 로봇 시스템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대규모 전력 솔루션의 전 범위와 서버 장비용 첨단 전자 소재 공급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다.
두산그룹은 AI 팩토리 생태계의 여러 층위를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취한다. 지능형 로봇이라는 최상위 애플리케이션부터 이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전력 솔루션, 그리고 AI 가속기 및 서버 메인보드에 들어가는 기초 전자 소재까지 수직 계열화된 사업 구조를 활용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장비에 필요한 첨단 전자 소재와 대규모 전력 인프라를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인프라의 하부 구조부터 상위 제어 시스템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엔비디아의 물리적 AI 스택을 통해 하드웨어 제조 중심의 산업 기업이 AI-first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스택과 물리적 인프라 구성 요소를 통합하려는 시도다. 이는 단순한 제품 협력을 넘어 AI 팩토리라는 거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단순 로봇 팔'에서 'AI 에이전트'로: Agentic Robot OS의 변화
정해진 궤적만 반복하는 로봇 팔과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지해 판단하는 AI 에이전트의 차이는 제어권의 위치에서 갈린다. 두산로보틱스는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자를 넘어 AI-first 로보틱스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Agentic Robot OS(에이전틱 로봇 OS)를 도입한다. 이 플랫폼은 인지, 추론, 시뮬레이션, 학습, 그리고 온디바이스 추론을 하나로 연결하는 AI 기반 운영체제다. 기존의 고정된 명령 수행 방식에서 벗어나 로봇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행동하는 지능형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NVIDIA Isaac Sim(아이작 심)과 Isaac Lab(아이작 랩) 오픈 로보틱스 프레임워크를 통합하는 것이 기술 스택의 핵심이다. 여기에 Cosmos(코스모스) 오픈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과 오픈 소스 Newton(뉴턴) 물리 엔진, 그리고 Jetson Thor(젯슨 토르)를 결합한다. 이 통합 환경을 통해 로봇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산업 현장에서 더 정밀하게 인지하고 추론하며 행동하는 능력을 갖춘다. 가상 세계에서의 학습과 물리적 실체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실제 적용 대상은 디팔레타이징(Depalletizing, 적재 해제)과 샌딩(Sanding, 연마)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작업이다. 단순 반복을 넘어 정밀한 판단이 필요한 공정에 AI 추론을 입혀 작업 효율을 높인다. 더불어 듀얼 암(Dual-arm)과 휴머노이드 플랫폼 같은 새로운 로봇 폼팩터 개발에도 이 OS를 활용한다. 현장 엔지니어가 일일이 코딩하던 작업을 AI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방식이다. 시뮬레이션-투-리얼(Simulation-to-real) 워크플로우와 물리 보정 기술을 적용해 협동 로봇이 다양한 작업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규모로 배포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전력망부터 PCB 소재까지, AI 팩토리의 물리적 하부구조 확장
AI 연산량이 폭증하는데, 정작 전기를 어디서 끌어올 수 있을까?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 증기터빈,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을 포함한 대규모 전력 인프라 포트폴리오와 두산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통해 NVIDIA DSX AI 팩토리 플랫폼과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을 지원한다. AI 팩토리는 고효율의 전력을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향후 AI 팩토리 배포를 위한 전원 공급 설계와 발전 설비 최적화, 저탄소 전원 평가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 가속 컴퓨팅의 전력 수요 문제를 해결한다.
데이터가 오가는 길목인 PCB(인쇄회로기판)의 기초 소재인 동박적층판(CCL, Copper Clad Laminate)의 사양도 함께 올라간다. 두산전자BG는 AI 가속기와 서버 메인보드, 네트워킹 장비에 필수적인 저손실 고신뢰성 CCL을 공급한다. NVIDIA MGX와 같은 모듈형 참조 아키텍처 기반의 AI 서버와 네트워킹 시스템 성능이 높아질수록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는 소재의 역할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고성능 CCL은 데이터센터 장비 생태계 전반에서 고속 신호 무결성을 유지하며 하드웨어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기반이 된다.
건설 현장이나 농경지 같은 비정형 환경에서는 일반적인 AI 모델이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두산밥캣은 건설, 조경, 농업 및 자재 운반 장비에 물리적 AI 기술을 통합해 특화된 월드 모델(World Models)을 개발한다. 장비가 다양한 운영 환경을 직접 인지하고 변화하는 조건에 맞춰 스스로 추론하며 작업을 더 자율적으로 수행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소형 자율 장비의 산업 표준 생태계를 구축하고, 물리적 AI의 적용 범위를 공장 내부의 정형화된 환경에서 실외 산업 현장의 복잡한 환경으로 확장한다.
데이터센터를 채우던 연산 능력이 이제 실제 공장의 로봇과 발전소 제어 시스템이라는 물리적 실체로 옮겨간다. 두산은 Isaac Sim, Jetson Thor, Cosmos 모델을 통합한 Agentic Robot OS를 통해 하드웨어 제어권을 AI 에이전트에게 넘기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산업용 하드웨어 기업이 AI-first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지점은 결국 소프트웨어 스택과 인프라의 구성 요소다. 물리적 AI 시대의 주도권은 하드웨어를 지능적으로 정의하는 소프트웨어 계층에서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