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들보다 더 오래 사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래 사시는 만큼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왜 남자와 여자는 나이가 들면서 몸이 변하는 모습이 서로 다른 것일까.

100만 개 세포가 말해주는 남녀의 차이

최근 해외 매체와 데이터 분석가들 사이에서 1,000명의 혈액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뜨겁다. 연구팀은 단일 세포 RNA 시퀀싱(세포 하나하나의 유전 정보를 아주 자세히 읽어내는 기술)이라는 방법을 썼다. 무려 100만 개가 넘는 혈액 세포를 하나씩 살펴보고 2만 개의 유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추적했다. 이전에는 단순히 집단 전체의 특징만 봤다면 이번에는 세포 하나하나의 정체를 밝혀낸 셈이다. 분석 결과 여성의 면역 체계가 남성보다 나이가 들면서 훨씬 더 많이 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여성의 면역 체계가 남성보다 훨씬 역동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강한 면역력이 독이 되는 이유

여성은 원래 면역 반응이 강해서 백신(병에 걸리지 않게 미리 몸에 넣어주는 약)을 맞았을 때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 강한 힘이 나이가 들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염증성 면역 세포(몸에 염증을 일으켜 병과 싸우는 세포)가 너무 많이 늘어나면서, 내 몸의 면역 체계가 실수로 내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내 몸을 적으로 착각해 공격하는 병)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이런 병의 80퍼센트가 여성에게서 나타나며, 특히 폐경(여성이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게 되는 시기) 이후에 염증성 질환이 심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남성은 전체적인 변화는 적지만, 백혈병 전 단계의 변화(피를 만드는 세포가 암으로 변하기 직전의 상태)가 관찰되었다. 이 때문에 나이 든 남성에게서 특정 혈액암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성별에 따라 면역 체계가 망가지는 길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맞춤형 약일까 통합형 약일까

이 데이터를 본 사람들은 이제 회춘 치료(늙은 몸을 다시 젊게 되돌리는 치료법)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남자용과 여자용 치료제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별에 따라 늙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니 몸 상태에 딱 맞는 맞춤형 약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몸 전체를 한꺼번에 젊게 만드는 종합적인 방법만 있다면 성별 차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노화의 원인을 한 번에 해결한다면 굳이 남녀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치료의 방향을 성별 맞춤형으로 갈지 아니면 통합형으로 갈지가 앞으로의 핵심이다.

남녀가 다르게 늙는다는 것을 정확히 알게 된 만큼 앞으로 더 정교한 치료법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