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가 진료실 책상 위에 놓인 인지 기능 검사지를 앞에 두고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기억의 조각을 맞추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어 하나가 떠오르지 않아 침묵이 길어지는 순간은 알츠하이머 환자와 보호자가 매일 겪는 일상적인 장면이다. 이러한 인지 저하의 속도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약물이 실제 처방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의료 현장의 핵심 관심사다.
Buntanetap 임상 2/3상 데이터와 지표
Annovis(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는 Nature NPJ Dementia(치매 전문 학술지)를 통해 경구 투여 후보 물질인 Buntanetap(알츠하이머 치료 후보 물질)의 임상 2/3상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351명의 경증 및 중등도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12주 동안 진행되었으며, 7.5mg, 15mg, 30mg의 세 가지 용량으로 나누어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연구팀은 모든 용량과 질병 단계에서 약물이 안전하게 내약되었다고 밝혔으며, 특히 ApoE4(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 보유자에게서도 유사한 안전성이 관찰되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pTau217(알츠하이머 진단에 쓰이는 인산화 타우 단백질 지표) 양성 반응을 보인 경증 환자(MMSE 21-24점) 그룹에서 ADAS-Cog11(알츠하이머병 인지 기능 평가 척도) 점수가 용량에 비례하여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 특히 30mg 투여군은 연령, 체질량 지수, 성별, 인종, ApoE4 보유 여부 및 병용 요법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바이오마커 측정에서는 TDP-43(신경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단백질)과 Tau(뇌세포 내에 쌓여 독성을 일으키는 단백질)를 포함한 신경독성 단백질의 감소가 확인되었다. 또한 IL-5, IL-6, S100A12, IFN-γ, IGF1R(뇌 내 염증 반응을 나타내는 지표들)과 같은 신경 염증 마커와 Neurofilament light chain(신경세포 손상 시 혈액으로 방출되는 단백질) 수치가 낮아진 것이 관찰되었다.
단일 표적 제거에서 다각적 염증 제어로의 전환
기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대부분 정맥 주사 방식으로 투여하며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단일 표적 방식에 집중해 왔다. 반면 Buntanetap은 환자가 집에서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경구제 형태라는 점에서 사용 편의성이 완전히 다르다. 작용 기전 측면에서도 단순히 하나의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독성 단백질의 감소와 신경 염증 억제라는 다각적인 경로를 동시에 공략한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임상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환자 선별 기준의 정교화다. 이번 연구는 pTau217이라는 구체적인 바이오마커 양성 환자에게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음을 입증했다. 이는 모든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동일한 약을 쓰는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생물학적 지표를 가진 환자군을 먼저 선별해 투약하는 정밀 의료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현재 Annovis는 pTau217 양성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MMSE 20-28점)를 대상으로 6개월 및 18개월 결과를 평가하는 중추적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현재 약 80%의 환자 등록이 완료된 상태다.
이제 알츠하이머 치료의 승부처는 단일 표적 제거가 아니라 뇌 내 다각적 염증 환경의 통제로 옮겨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