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같은 나이여도 감기에 걸리는 빈도가 다르고, 백신 맞고 나서 항체가 생기는 정도가 다른 이유가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 주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실린 논문 한 편이 그 배경에 성별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거의 1,000명에 가까운 성인 남녀의 혈액 면역세포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분석해, 면역 노화가 남성과 여성에서 완전히 다른 궤적을 그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1,000명 가까운 성인의 단일세포 면역 프로파일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남녀 약 1,000명의 말초혈액을 채취해 단일세포 RNA 시퀀싱(각 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얼마나 활성화하는지 한 번에 읽는 기술)과 T세포 수용체 시퀀싱(면역세포가 어떤 항원을 인식하는지 분석하는 방법)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여성 참가자에서 남성보다 세포 구성과 유전자 발현 패턴의 재구성(remodeling)이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NKG2C+GZMB- CD8+ 기억 T세포(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기억해 빠르게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연령 관련 손실과 2형 기억 T세포의 축적이 여성에서 더 두드러졌다. 이전 연구(Terekhova et al., Immunity, 2023)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보고된 바 있다.

예전에는 면역 노화를 성별 구분 없이 하나의 과정으로 봤다

예전에는 면역 노화(immunosenescence)를 남녀 공통의 점진적인 기능 저하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세포 유형별로 노화의 속도와 방향이 성별에 따라 갈린다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특정 자연살해(NK) 세포 하위 집단의 비율이 남성보다 빠르게 감소했고, 대신 염증성 사이토카인(면역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을 분비하는 세포의 비율은 증가했다. 반면 남성은 B세포(항체를 만드는 면역세포)의 클론 다양성(다양한 항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여성보다 더 빨리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이 차이는 단순한 통계적 유의성을 넘어, 실제 백신 접종 후 항체 생성 능력과 자가면역 질환 발병률의 성별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개발자가 바로 체감하는 변화는 없다. 하지만 의학 연구자와 백신 개발자는 데이터 해석 기준을 바꿔야 한다

이 연구가 당장 앱이나 서비스의 업데이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면역학 연구자와 제약사 개발자에게는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 지금까지 많은 임상 시험과 백신 효능 연구가 성별을 층화(stratify)하지 않거나, 남성 데이터를 기준으로 면역 노화 지표를 설정해 왔다. 이번 연구는 여성의 면역 노화가 더 강한 전사체(transcriptome, 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얼마나 읽어 단백질로 만드는지 전체 지도) 재프로그래밍을 수반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의 연구 설계에서 성별을 독립 변수로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공한다. 또한 개인 맞춤형 면역 중재 전략(예: 성별에 따라 다른 백신 접종 일정이나 용량)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면역 노화는 남녀가 같은 길을 가다가 속도만 다른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갈림길로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