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과 참여 투자자가 보여주는 신호

단 한 번의 펀딩 라운드가 딥테크 기업이 보통 10년 넘게 겪어야 할 성장 궤적을 단숨에 압축했다.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와 구글의 생명과학 부문인 베릴리(Verily) 공동 설립자 빅 바자즈(Vik Bajaj)가 공동 설립한 프로메테우스(Prometheus)가 기업 가치 410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12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공동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 본인의 직접 투자와 더불어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블랙록(BlackRock) 등 세계적인 투자 은행과 자산 운용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물리적 실체가 결합된 AI 분야에 이 정도 규모의 자본이 단기간에 집중된 것은 해당 산업의 진입 장벽이 매우 높게 설정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의 정체는 제트 엔진부터 약물 화합물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물리적 시스템의 설계와 제조를 자동화하는 인공 일반 엔지니어(artificial general engineer)다. 광범위한 물리적 시스템의 설계 및 제조 과정을 AI가 직접 수행하게 함으로써, 기존 엔지니어링 작업의 상당 부분을 AI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텍스트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존 AI와 달리, 실제 물리적 제품의 구조를 설계하고 이를 제조하는 공정까지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구조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순수 소프트웨어 AI 대비 물리적 실체가 결합된 'Physical AI'가 요구하는 자본 집약도와 기술적 난도가 어느 수준인지 증명하는 사례다.

투자금과 참여 투자자가 보여주는 신호, 추가 쟁점

시장의 진입 장벽이 쌓이는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Prometheus(프로메테우스, 물리적 AI 설계 자동화 기업)는 작년 말 첫 펀딩을 통해 62억 달러를 확보하며 시장에 등장했다. 에 따르면 이 기업은 이번 두 번째 펀딩 라운드에서 추가로 120억 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수십조 원 규모의 자본이 한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입된 결과다.

최근 벤처 캐피털들이 물리적 AI(physical AI, 물리적 실체와 결합된 인공지능) 섹터에 공격적으로 자본을 투입하는 배경에는 방어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깔려 있다. 투자자와 창업자들은 물리적 세계가 코드만으로는 구축할 수 없는 해자(moat, 진입 장벽)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순수 소프트웨어 기반의 AI는 코드의 복제나 유사 모델의 등장으로 경쟁 우위가 빠르게 사라질 수 있지만, 물리적 실체가 결합된 시스템은 그 구조 자체가 강력한 보호막이 된다는 논리다.

결국 대규모 자본이 이 분야로 쏠리는 이유는 소프트웨어의 복제 가능성을 넘어선 물리적 진입 장벽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물리적 세계의 제약과 결합된 데이터, 하드웨어 제어 능력은 단순한 알고리즘 개선만으로는 넘기 힘든 벽을 형성한다. 투자자들은 물리적 AI 분야가 순수 소프트웨어보다 본질적으로 더 방어 가능하며, 결과적으로 더 강력한 진입 장벽을 가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AI의 생산성 향상이 인력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노동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업무 연락과 만성적인 초과 근무는 현대 직장인의 일상이다. 제프 베이조스는 AI가 제공하는 생산성 향상이 전반적인 생활 수준을 높여 이러한 노동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I의 도입으로 현재 맞벌이를 하는 가구가 외벌이 가구로 전환되거나, 개인이 감당하던 초과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구체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상태를 그는 인력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노동 부족(labor scarcity)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AI가 광범위한 일자리 상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다른 기술 리더들의 견해와 뚜렷하게 대조되는 시각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런던, 취리히 등 3개 도시의 사무소에는 현재 150명의 직원이 고용되어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AI 기반 제조 자동화 기업)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까지 구축한 기술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이나 세부 사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는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대규모 컴퓨팅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유치한 자본의 상당 부분이 컴퓨팅 자원 확보에 투입될 것임을 시사했다. 물리적 실체와 결합된 AI를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컴퓨팅 인프라 비용이 매우 높으며, 이것이 곧 강력한 자본 집중도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제프 베이조스와 아마존이 추진해 온 물류 및 제조 자동화의 흐름은 프로메테우스의 120억 달러 투자 유치와 410억 달러의 기업 가치로 구체화됐다. 제트 엔진이나 약물 화합물 같은 복잡한 물리 시스템의 설계와 제조를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구조는 AI의 영역을 가상 세계에서 물리적 실체로 확장한다.

순수 소프트웨어 AI와 달리 피지컬 AI가 요구하는 압도적인 자본 집중도는 그 자체로 거대한 진입 장벽이 된다. 물리적 세계를 제어하는 비용이 곧 기술의 독점력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