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분쟁의 배경과 사실 관계
이번 소송의 발단은 MCP(Model Context Protocol) 게이트웨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Runlayer가 HR 소프트웨어 기업 Rippling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 계약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Runlayer는 Khosla Ventures와 Felicis 등으로부터 총 4,2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으로, 작년 중반 제품을 출시했다.
분쟁의 핵심은 제품 시범 도입(Product Trial) 과정에서 공유된 정보의 활용 범위다. Runlayer 측은 Rippling이 잠재 고객으로서 약 1년에 걸친 집중적인 엔지니어링 협업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제품 로드맵과 실제 소스 코드를 공유했다고 주장한다. 양사는 상호 비밀유지계약(NDA)과 지식재산권(IP) 복제 및 파생 저작물 생성을 금지하는 시범 도입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가격 협상 결렬로 시범 도입이 종료된 직후, Rippling 내부 관계자가 Runlayer의 제품을 거의 1대 1로 복제한 내부 프로젝트가 진행 중임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 소장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Rippling 측은 Runlayer의 주장을 부인하며, 자체적인 독점 정보를 사용해 비즈니스 데이터와 AI 도구를 연결하는 더 우수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MCP 게이트웨이의 구조와 작동 원리
분쟁의 대상이 된 MCP 게이트웨이는 AI 모델과 에이전트가 외부 데이터 소스 및 서비스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표준 인터페이스 계층이다. 기반이 되는 MCP(Model Context Protocol)는 앤스로픽(Anthropic)이 2024년 11월에 공개한 오픈소스 프로토콜로, 서로 다른 AI 모델과 도구 간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 빌딩 블록 역할을 한다.
MCP 게이트웨이는 단순히 프로토콜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에이전트 관리 기능을 위한 제어권과 보안 기능을 추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AI 모델이 외부 툴을 호출하거나 데이터를 가져올 때, 게이트웨이는 중간에서 인증을 처리하고 접근 권한을 제어하며 데이터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보안 필터로 작동한다.
이러한 구조는 AI 에이전트가 기업 내부의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해야 하는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필수적이다. 모델이 직접 외부 API에 연결되는 방식이 아니라, 표준화된 MCP 게이트웨이를 통해 통제된 경로로 데이터를 주고받음으로써 보안 사고 리스크를 낮추고 인프라 관리 효율을 높이는 처리 방식을 취한다.
엔터프라이즈 AI 인프라 도입의 실무적 리스크
엔터프라이즈 AI 인프라 시장의 특성상, 복잡한 기술 스택을 도입하려는 기업은 실제 환경에서의 검증을 위해 딥 엔지니어링 수준의 시범 도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공급사는 제품의 작동 방식을 증명하기 위해 상세 설계도나 소스 코드 일부를 공개하게 되는데, 이는 기술적 우위를 가진 고객사가 해당 기능을 내부적으로 직접 구현(In-house build)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MCP와 같은 오픈소스 표준 기반의 제품은 프로토콜 자체가 공개되어 있어, 구현 방식(Implementation)에 대한 세부 정보만 확보하면 유사한 기능을 빠르게 복제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 엔지니어링 역량이 충분한 테크 기업이 고객사로 참여할 경우, '구매(Buy)'보다 '자체 구축(Build)'으로 전략을 수정하기 용이한 구조다.
실무적으로 가장 위험한 지점은 NDA나 표준 계약서만으로 소스 코드 수준의 기술 노출을 완전히 방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개발자와 인프라 운영자는 엔터프라이즈 고객사와의 협업 단계에서 공유하는 정보의 수준을 기능적 결과물(Output) 중심으로 제한하고, 핵심 로직과 소스 코드는 샌드박스 환경이나 제한된 API 형태로만 검증하도록 통제 범위를 좁게 설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