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센터의 즉각적인 백업 전원 전환 메커니즘이 그리드
3.1GW의 전력 부하가 단 30초 만에 사라지자 지역 전체의 전등이 깜빡였다. 전압 변동을 감지한 데이터 센터들이 거의 동시에 백업 전원으로 갈아타며 전력망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작은 공급 감소가 더 큰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전력 공급이 갑자기 치솟는 전압 스파이크 현상이 발생했다.
데이터 센터의 백업 전원 전환 메커니즘은 전압 변동이 감지된 후 수 초 내에 매우 빠르게 작동한다. 여러 센터가 거의 동시에 외부 전원을 끊으면 전력망에 가해지던 거대한 부하가 순식간에 제거된다. 전력망 입장에서는 전기를 쓸 곳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공급량이 수요량을 크게 초과하게 되고, 이 충격이 전압을 다시 급격히 높여 전등이 깜빡이는 등의 전압 스파이크 현상을 일으킨다. 공급의 작은 부족이 수요의 거대한 증발로 증폭된 결과다.
ON.Energy는 서버뿐 아니라 냉각기 등 캠퍼스 내 모든 장비를 배터리 뱅크와 전력 변환 장치 뒤에 배치하는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UPS, 전력 공급이 중단되어도 장비를 계속 작동시키는 장치) 솔루션을 통해 그리드를 보호한다. 전력망에는 항상 일정한 부하만 보이게 하여 데이터 센터의 개별적인 전원 전환이 외부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는 원리다. 전력이 남을 때는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력 흐름이 떨어질 때는 저장된 전력을 서버로 보내 전압이 낮아지거나 치솟는 현상을 막는다.
그리드 관리자들은 대규모 부하 시설에 '라이드 스루' 능력을 요구한다
전력망의 일시적인 중단이나 변동이 생겨도 연결을 끊지 않고 버텨내는 능력이 데이터 센터의 필수 조건이 됐다. ERCOT(텍사스 전력 신뢰성 위원회, 텍사스주 전력망 관리 기구) 같은 그리드 관리자들은 데이터 센터와 같은 대규모 부하 시설에 '라이드 스루(ride through)' 능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전기가 불안정해졌을 때 시설이 즉각 꺼지지 않고 전력망에 계속 붙어 있도록 강제하는 조치다. 개별 시설이 전력망의 작은 흔들림에 민감하게 반응해 한꺼번에 전원을 차단하면 오히려 전력망 전체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저지부터 일리노이까지 6,700만 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PJM Interconnection(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의 관할 구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PJM은 미국 최대 규모의 그리드 운영사로, 특히 이들의 관리 영역인 북부 버지니아는 전 세계에서 데이터 센터가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이다. 전력 소비 규모가 거대한 시설들이 밀집해 있을수록 전력망 운영자는 개별 부하 시설이 전력망의 변동성을 함께 견뎌내길 원한다.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대규모 소비 시설의 역할이 단순한 전력 사용을 넘어 전력망 유지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데이터 센터들의 동시 전력 차단이 PJM 그리드에 전압 급증
3GW가 넘는 데이터 센터들이 거의 동시에 전력 공급을 중단하며 전압이 급격히 튀어 올랐다. 워싱턴 DC 인근 전력선 사고가 발단이 되어 북부 버지니아부터 시카고에 이르는 PJM(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기구) 그리드 전역에 전압 스파이크가 발생했다. 전기를 쓰던 거대한 입구가 갑자기 닫히자 갈 곳 잃은 전기에너지가 전압을 밀어 올렸고, 이 여파로 지역 곳곳의 전등이 깜빡였다. 전력망의 균형이 깨지며 상황을 수습하고 복구하는 데만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번에 차단된 3.1GW의 규모는 60개 데이터 센터가 동시에 이탈해 1.5GW의 부하가 사라졌던 2024년 사례보다 두 배나 크다. PJM 내에서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전력 부하 비중은 과거 6% 수준이었으나 2040년에는 24%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을 소비하는 거대 집단이 늘어날수록 단 한 번의 사고가 전력망 전체를 흔드는 위험은 더 가팔라진다.
앞으로는 전압이 요동쳐도 전원을 끄지 않고 버티는 라이드스루(Ride-through, 전압 변동 견딤) 능력이 데이터 센터 구축의 필수 규제나 기술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