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까지 150만 호 건설, 행정 병목을 뚫는 Gemini
집수리 신청이나 건축 허가를 낸 뒤 서류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행정 대기 시간을 줄여 2029년까지 신규 주택 150만 호를 건설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Gemini 기반의 AI 프로토타입을 도입하여 주택 신청 결정 시간을 기존보다 50% 단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행정 처리 속도를 높여 실제 주택 건설 속도를 앞당기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Google DeepMind와 Google Cloud, AI 전문 기업인 Faculty, 그리고 지방 계획 당국이 함께 협력하여 개발한다. 현재 Barnet, Dorset, Camden 등 3개 지역의 지방 정부에서 초기 시험 운영을 실시하며 실무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 프로토타입의 실효성을 검증한 뒤 2027년부터 영국 전역의 모든 지방 의회(Council)에 해당 AI 도구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는 공공 서비스의 재설계를 통해 더 회복력 있는 사회를 만들려는 국가적 AI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도입되는 AI는 행정 결정권자가 아니라 데이터 추출과 사례 분석을 수행하는 고숙련 보조자 역할을 수행한다. 공무원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정책 문서와 과거 파일, PDF 등의 방대한 자료를 교차 참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자동화로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AI가 데이터 추출과 사례 분석이라는 무거운 작업(Heavy lifting)을 대신 처리함으로써, 공무원은 단순하고 정형화된 서류 검토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확보된 행정 리소스를 공공 이익을 위해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한 복잡한 신청 건에 재배치한다.
규제가 엄격한 공공 행정 영역의 특성을 고려해 AI의 효율성과 행정적 책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현 모델을 택했다. AI가 도출한 결과의 근거를 단계별로 기록하는 체인 오브 소트(Chain of Thought, 사고 과정 기록) 방식을 적용해 명확한 감사 추적(Audit Trail, 작업 이력 기록) 경로를 생성한다. 최종 결정권은 담당 공무원이 가지며, AI가 생성한 모든 문장과 추론 과정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승인 또는 거절을 결정한다. AI를 최종 결정자가 아닌 숙련된 보조자로 배치해 행정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 구조다.
데이터 추출에서 감사 추적까지, AI 보조자의 작동 방식
행정 비용의 핵심은 숙련된 인력이 단순 반복 작업에 쏟는 시간과 그에 따른 기회비용이다. 영국 정부는 Gemini 기반의 Extract(구형 계획 문서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도구)를 먼저 출시해 종이 문서나 이미지 형태의 과거 기록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기초 작업을 마쳤다. 현재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 추출과 사례 분석을 수행하는 고숙련 AI 어시스턴트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서 디지털화를 넘어 행정 판단에 필요한 기초 분석 업무를 자동화하는 지능형 어시스턴트 구조를 갖춘 단계다.
AI 어시스턴트는 최신 정책 문서와 과거의 유사 사례 파일, PDF 형식의 도면 등 서로 다른 포맷의 방대한 자료를 자동으로 교차 참조한다. 기존에는 담당 공무원이 수작업으로 수십 개의 문서를 일일이 대조하며 해당 신청 건이 규정에 맞는지 판단했으나, AI가 관련 규정과 과거 판례를 빠르게 찾아 연결함으로써 행정 병목 현상을 제거한다. 특히 다락방 개조나 증축 같은 정형화된 신청 건의 분석 시간을 단축해 공무원이 더 복잡한 공공 이익 사례 분석에 리소스를 투입하게 만든다. 정보 탐색에 드는 물리적 시간을 줄여 실질적인 심사 업무의 밀도를 높이는 설계다.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작업 단계에 Chain of Thought(사고 과정 기록, AI가 최종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논리적 추론 단계를 세분화하여 기록하는 방식)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생성된 Audit Trail(감사 추적, 시스템의 모든 활동 기록을 시간 순으로 남겨 사후 검증이 가능하게 만드는 경로)은 AI가 어떤 근거로 해당 분석 결과를 내놓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추적 가능성을 제공한다. 최종 제어권은 전적으로 담당 공무원이 보유한다. 공무원은 AI가 생성한 모든 문장과 추론 과정을 한 줄씩 검토하고 필요시 직접 수정하며, 최종적인 승인 또는 거절 결정은 사람이 직접 수행한다. AI를 최종 결정권자가 아닌 숙련된 보조자로 한정해 효율성과 행정적 책임 소재를 동시에 확보했다.
전체 신청의 70%인 주택 소유자 신청 건의 효율화
단순한 서류 한 장의 승인을 기다리며 몇 주를 보내는 경험은 행정 절차의 고질적인 지체 현상을 보여준다. 영국 내 전체 계획 신청 건수 중 주택 소유자 신청(Householder applications, 개인이 소유한 주택의 변경을 요청하는 절차)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는 다락방 개조(Loft conversions)나 주택 증축(Extensions)처럼 이미 기준이 명확하고 처리 방식이 정형화된 사례들이다. 단순 반복적인 신청 건이 전체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면서 행정 인력의 업무 부하가 가중되고 전체적인 처리 속도가 저하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담당 공무원은 하나의 신청 건을 처리하기 위해 정책 문서와 과거 기록 파일,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PDF 서류들을 일일이 대조하는 수작업을 수행한다. 서로 다른 문서에 흩어진 정보를 찾아 교차 참조하는 과정에서 매 건마다 수 시간이 소요되며, 이는 전체 행정 프로세스에서 가장 심각한 병목 지점으로 작용한다. 숙련된 행정 인력이 단순한 데이터 확인과 문서 대조라는 물리적 작업에 과도한 시간을 할애하게 되며, 이로 인해 정작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안건의 처리 순위가 밀리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이번 프로토타입은 이러한 정형화된 사례의 처리 시간을 줄여 행정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데 집중한다. 다락방 개조나 증축 같은 단순 반복 사례의 분석 업무를 AI가 보조함으로써, 공무원은 공공 이익을 위해 더 정밀한 분석과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복잡한 설계안 검토에 가용 시간을 투입할 수 있다. 데이터 추출과 기초 사례 분석이라는 물리적 노동을 기계가 담당하고, 인간은 도시 계획의 방향성이나 공익성 평가라는 고차원적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업무 모델을 구현하여 행정의 질적 수준을 높인다.
공공 행정 AI 도입의 기준: 효율성과 책임의 분리
공공 서비스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대가는 보통 책임의 소재라는 비용으로 지불된다. 영국 정부는 이번 프로토타입에서 AI를 최종 결정권자가 아닌 데이터 추출 및 분석 보조자로 역할을 엄격히 한정했다. AI가 방대한 서류를 분석해 초안을 잡더라도 승인이나 거절이라는 법적 권한은 오직 담당 공무원에게만 부여하는 방식이다. 행정 오류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이나 사회적 비용을 막기 위해 기술의 역할을 단순 보조 도구로 명확히 선을 그은 설계다.
책임 소재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체인 오브 소트(Chain of Thought, AI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사고 과정을 단계별로 기록하는 방식)를 구현했다. AI가 단순히 최종 결과값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책 문서의 어느 부분을 참조해 해당 결론을 도출했는지 그 추론 과정을 모두 텍스트로 남긴다. 이렇게 생성된 기록은 감사 추적(Audit Trail, 작업의 전 과정을 시간 순으로 기록해 사후 검증이 가능하게 만드는 경로)으로 기능하며 행정적 투명성을 높인다. 담당 공무원은 AI가 생성한 모든 문장과 논리 전개를 한 줄씩 검토하고 직접 수정하며 최종 결정의 근거를 완성한다. AI가 제안한 논리가 부적절할 경우 공무원이 이를 바로잡는 과정 자체가 행정 기록의 일부가 된다.
배포 전략은 바넷(Barnet), 도싯(Dorset), 캠든(Camden) 등 특정 지역의 실무 피드백을 먼저 거치는 단계적 방식을 택했다. 현장 공무원이 AI의 보조 결과물을 실제로 수정하고 보완하는 실무 데이터를 수집해 모델의 정교함을 높인 뒤 전국 단위로 확장하는 계획이다. 한국의 공공 행정 시스템 역시 규제가 매우 엄격하므로 AI를 결정자로 세우는 것보다 이런 보조자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결정권은 인간이 유지하되 단순 반복적인 데이터 교차 참조 업무만 AI에 맡겨 책임성과 처리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구현 모델을 통해 행정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이는 기술 도입의 속도보다 행정적 정당성 확보를 우선순위에 둔 접근이다.
서류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던 행정 대기 시간은 이제 기술적 보조자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영국 정부가 시도하는 Gemini 프로토타입은 데이터 추출과 사고 과정 기록을 자동화함으로써 결정 시간을 50% 단축하는 구체적인 수치적 목표를 설정했다.
공공 행정 AI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 고도화가 아니라 책임의 명확한 분리다. AI를 최종 결정자가 아닌 숙련된 보조자로 배치해 효율성과 행정적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현 모델이 규제 영역에서 AI를 활용하는 실질적인 작동 기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