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지연 한계와 NRL 2.0 국가연구소 선정
사용자가 스마트 기기나 로봇에 명령을 내렸을 때, 데이터가 외부 클라우드 서버를 거쳐 처리되는 과정에서 미세한 반응 지연(Latency)이 발생한다. 이러한 지연 현상은 기기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서버의 응답을 기다려야 하는 중앙집중형 구조의 물리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연구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의 신체와 지능을 통합 설계하는 피지컬 AI 원천기술 개발에 착수한다.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공동 추진하는 2026년 국가연구소 사업(NRL 2.0)에 최종 선정되었다. NRL 2.0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 부설연구소를 육성하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 사업이다. 연구소는 이번 선정으로 향후 최대 10년간 연 100억 원 수준의 연구비와 연구 인프라를 정부와 대학으로부터 지원받는다. 연구소는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기존 중앙집중형 인공지능의 한계를 극복하는 물리 지능 설계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한다.
중앙집중형 구조를 넘는 MOSAIC Intelligence 분산지능
기존 로봇 시스템은 하나의 거대 AI가 모든 판단을 내리는 중앙집중형 구조를 채택하여 연산 부담이 크고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연구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의 각 부위가 필요한 정보를 현장에서 직접 처리하고 상위 AI와 협력하는 분산지능 기술을 도입한다. 분산지능은 뇌의 모든 신호를 중앙에서 처리하지 않고 척수나 말초 신경이 즉각 반응하는 생물학적 구조를 모사한 제어 방식이다.
연구소는 분산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체계인 'MOSAIC Intelligence'와 하드웨어 플랫폼인 'MORPHI Body'를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한다. MOSAIC Intelligence는 로봇 각 부위의 지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말단 부위에서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게 함으로써 반응 속도를 높인다. MORPHI Body는 이러한 분산지능이 탑재될 물리적 신체 프레임을 제공한다. 연구소는 이 두 플랫폼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AI의 연산 부담을 줄이고, 로봇이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는 지능형 하드웨어 기술을 구현한다.
물리 지능 기반의 하드웨어 설계와 모듈형 재구성 기술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연구소는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물리적 적응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드웨어 단계의 지능화 전략을 추진한다. 연구소는 임무와 환경에 따라 로봇의 형태와 기능을 유연하게 변경하는 모듈형 재구성 기술을 개발한다. 모듈형 재구성 기술은 로봇이 처한 상황에 맞춰 신체 구조를 최적화하여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생명체의 구조와 원리를 활용해 환경에 적응하는 생체모사 기술을 결합하여 로봇의 실시간 대응 능력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핵심은 소재와 구조 자체에 지능을 부여하는 '물리 지능'의 확보에 있다. 물리 지능은 복잡한 수치 계산 과정을 물리적 특성으로 대체하여 뇌의 연산 없이도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연구소는 물리 지능을 통해 고성능 연산 장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전력 소모를 줄여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다. 결국 연산 비용과 시간 지연을 최소화하는 물리 지능 기반의 하드웨어 설계 방식이 실제 로봇 상용화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인간 중심 피지컬 AI의 3대 적용 분야와 융합 연구 체계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연구소는 '인간을 위한 로봇'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가치를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인간 중심 피지컬 AI(Human-centered Physical AI)' 연구를 수행한다. 연구소는 적용 분야를 세 가지로 구체화하여 추진한다. 첫째,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형 로봇(Life Companion)을 개발해 서비스형 로봇(RaaS) 확산을 이끈다. 둘째, 근력을 보조하고 신체 기능을 확장하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을 개발한다. 셋째, 체내에서 직접 진단과 치료를 수행하는 의료 로봇(Intra-body) 기술을 확보한다.
연구소는 기술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병원을 임상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서울대병원은 웨어러블 및 의료 로봇의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실험을 진행하고 상용화 전 단계의 임상 시험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기계공학, 전기정보공학, 컴퓨터공학, 재료공학 등 공학 분야와 의학, 보건학, 뇌인지과학, 체육학, 의류학,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80여 명의 참여·연계 교수가 융합연구체계를 구축했다. 연구소는 인간의 감각·운동 신경계를 모사한 체화된 물리 지능을 통해 초고령사회의 돌봄 안전망을 구축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글로벌 표준 선점과 Lab-to-Market 창업 생태계 구축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연구소는 연구 성과를 세계 시장의 기준으로 만들기 위해 글로벌 협력 체계를 가동한다. 연구소는 미국 MIT 미디어 랩, 카네기멜론대 로보틱스 연구소(RI), 스탠퍼드대, 영국 옥스퍼드대 등 해외 연구기관 및 엔비디아(NVIDIA)와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로봇의 물리적 움직임을 제어하는 표준 소프트웨어 모음인 '차세대 물리 제어 모델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국제 표준 선점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표준화된 라이브러리가 구축되면 국내 기업들은 제어 알고리즘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글로벌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연구소는 연구실의 기술을 시장으로 즉시 연결하는 'Lab-to-Market' 창업 체계를 구축한다. 연구소는 서울대 기술지주와 협력해 전용 창업펀드를 조성하고, 기업 설립부터 성장까지 지원하는 컴퍼니 빌더를 운영한다. 또한 연구소 내부에 산학창업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초기 창업 기업이 고가의 첨단 장비와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조규진 소장은 물리 지능과 분산 지능 기반의 피지컬 AI를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정의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공동체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